‘춤꾼’ 조성국 라스트포원 대표
도당굿 어우러진 퓨전 공연 도전… ‘춤 최강국’은 말뿐, 관심-후원 없어
“3년 후, 메달걸린 파리올림픽 열려… 우리가 세계 1등 다시 증명할 것”
‘브레이크 댄스’는 태생부터 무언가를 깨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DJ들이 힙합 음악 간주에서 즐겨 쓰던 ‘브레이크’ 비트에서 이름을 따온 이 춤은 1970년대 미국 뉴욕 슬럼가에서 생겨났다. 당대 주류였던 백인 문화의 프레임을 깨듯 거리에서 역동적 안무로 저항 정신을 표현했다.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한때 ‘양아치의 일탈’ ‘불량 문화’로 괄시받던 브레이크 댄스는 편견을 깨고 어엿한 춤의 한 장르이자 예술로 거듭났다. 2000년대 초 한국 비보이(남성 브레이크 댄서)들은 보란 듯 세계 춤판을 제패했고 국악, 클래식, 발레 등 타 장르와도 한 무대에 섰다. 그 선두에는 2002년 전북 전주서 태동한 비보이 그룹 라스트포원(Last For One)과 수장 조성국 대표(38)가 있다. 라스트포원은 비보이 월드컵으로 불리는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2005년 우승, 2006년 준우승을 했다.
조 대표는 또 한번 벽을 깰 ‘파격’을 준비 중이다. 서울 마포아트센터가 30일 유튜브, 네이버TV를 통해 선보일 국악M페스티벌 ‘꼬레아 리듬터치’의 ‘밤섬 부군당 도당굿 오마주’ 무대서 굿판과 어우러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최근 마포구 서울마포음악창작소에서 만난 그는 “브레이크 댄스는 형식적으로 정해진 게 없어 타 장르와 잘 섞인다. 틀에 갇히지 않는 즉흥성이 매력”이라고 꼽았다. 이어 “국악의 핵심 정서가 ‘한(恨)’인데 배고픈 상황에서 간절하게 춤만 춘 비보이도 한이 많다”며 웃었다.
이번 공연은 서울 밤섬 일대에 전해지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5호 ‘밤섬 부군당 도당굿’을 오마주한 작품. 조 대표와 함께 추자혜차지스, 밴드데일, 프로젝트밴드M 등 뮤지션이 현대적으로 굿을 재해석한다. 그는 “국악 리듬이 힙합보다 느려서 춤선을 더 크게 크게 뻗을 수 있다. 여유 있는 동작과 표정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1부 막바지에 등장하는 그는 모든 걸 쏟아붓는 ‘강렬한 3분’을 예고했다.
‘한국 비보이가 세계 1등이라며?’ 대중 머릿속에 박힌 통념은 어찌 보면 독이 됐다. 라스트포원, 진조크루, 리버스, 갬블러 등 한국 비보이 그룹이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껏 세계서 선전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서는 관심이 사라졌고 기업, 기관의 후원도 끊겼다. 그저 ‘알아서 잘하나 보다’라는 식의 막연한 장밋빛 환상만 부추겼다. 조 대표는 “후세대가 끊기는 게 문제다. 현재 한국 정상급 비보이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인데 일본, 미국, 프랑스의 젊은 비보이가 나날이 치고 올라온다”고 했다.
3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 브레이크 댄스가 ‘브레이킹’이라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건 분명 호재다. 춤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영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저희를 세계 1등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메달을 못 따면 국민들이 얼마나 실망할까요. 3년 뒤면 비보이들의 나이도….”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전국의 춤 협회 등이 “철저히 준비하자”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1세대 힙합그룹 피플크루와 서태지와아이들을 보며 춤꾼이 된 조 대표는 ‘춤으로 먹고사는 걸 보여주겠다’는 오기로 20년 넘게 춤판을 지켰다. “한국 1등이면 세계 1등이라는 게 올림픽서도 증명되길 바란다”는 그는 마을의 태평을 기원하던 ‘도당굿’처럼 한국 비보이의 미래를 위한 굿 한바탕을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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