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못 가도 책은 읽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7일 03시 00분


학부모 사이 도서 공유 서비스 인기

‘우리집은 도서관’(우도)은 ‘우카’라고 불리는 전용 차량을 이용해 서울 서초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의 책을 직배송한다. 스파이더랩 제공
‘우리집은 도서관’(우도)은 ‘우카’라고 불리는 전용 차량을 이용해 서울 서초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의 책을 직배송한다. 스파이더랩 제공
“배송 차량이 일주일에 서너 번씩 집 앞을 지나다니는 걸 보고 우리 동네에 이용자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서울 강남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A 씨(35·여)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우리집은 도서관’(우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어린이 책을 빌리고 있다. 이 앱은 이용자들이 집에 소장한 도서를 서로 빌려 볼 수 있는 도서 공유 서비스. A 씨는 “학년별 필독서는 물론이고 공공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영어 원서 동화책까지 등록돼 있어 다양한 책을 아이에게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유·초등 자녀를 둔 부모들을 중심으로 ‘비대면 도서 공유 서비스’ 이용자가 최근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교 수업이 준 데다 공공 도서관 이용이 제한되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힐 새로운 수단이 필요한 데 따른 것. 2019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약 37만8000권의 도서가 우도 앱에 등록됐다. 이 중 약 17만8000권(47%)이 올 들어 새로 등록된 책이다.

이용자들은 신간은 물론이고 희귀한 책들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것과 도서관에 비치된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책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걸 장점으로 꼽는다. 각 가정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취향이 반영된 책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이용자는 “유아용 도서 중에는 CD가 포함된 게 많은데 도서관에는 분실 우려로 이를 빼놓는 경우가 많다”며 “공유 서비스에서 책을 빌리면 부속품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우도 앱에 등록된 도서는 2주 동안 빌려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책을 100권 이상 앱에 등록해야 다른 사람에게 대여료를 받고 책을 빌려줄 수 있다. 대여료는 이용자가 정하는데 통상 500∼2000원 수준이다. 이 중 70%는 대여자가, 30%는 앱 운영 업체가 각각 가져간다.

책 대여자는 대출자와 직접 만나 책을 전달하거나 앱 업체에 배송을 맡길 수 있다. 서울 서초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은 업체가 직접, 나머지 지역은 배달업체가 배송한다. 대출을 신청하면 통상 3, 4일 내로 현관 문고리에 걸린 책가방에 책을 넣어준다.

앱 운영 업체인 스파이더랩에 따르면 이용량의 70%가 서울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 3구와 강동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집중돼 있다. 대출 도서의 85%는 5∼13세 대상 어린이 도서다. 이에 따라 학년별 추천 도서와 필독서를 제안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원용준 스파이더랩 대표는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이용자가 집중돼 있지만 향후 직배송 서비스를 확대해 지방 서비스에도 주력할 생각”이라며 “올해 전국 등록 도서 100만 권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학교#책#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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