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백예린의 작사·작곡·편곡 파트너인 구름(본명 고형석·30·사진)이 자신의 앨범을 냈다. 1집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은 폭신한 솜사탕 같은 감성을 치밀한 양식미로 완성해낸 작품이다. 때로 조규찬, 토이 같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웰메이드 발라드가 떠오른다.
“이번 앨범은 예전 가요들에서 큰 영향을 받았어요. 늘 연주자나 편곡자였을 뿐, 직접 노래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노래 연습을 해본 적도 없지만 만약 가창자로서 꿈을 묻는다면 롤모델은 이기찬, 나윤권 씨예요. ‘착하게 잘 부르는’ 스타일요.”
진성과 가성 사이를 미끄러지는 그의 미성은 커피를 휘감은 부드러운 우유 같다. 작사, 작곡, 편곡부터 모든 악기 연주와 녹음, 믹스, 마스터까지 혼자서 해냈다.
“울렁울렁하는 사운드를 좋아해요. 서로 다른 멜로트론(옛 건반악기) 음색 네 가지를 섞거나 피아노 소리를 왜곡시켜 쓰기도 했죠. 조율이 어긋나거나 테이프가 우는 음향도 앨범 전반에 사용했습니다.”
1960년대의 소리 질감부터 2020년대의 가상악기 기술까지가 아홉 곡 안에서 천연덕스레 교차한다. 시적인 노랫말도 돋보인다.
“‘마음의 무덤’이란 곡을 특히 좋아해요. 저는 화나거나 억울하면 일단 울어버리거든요. 그런 날의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은 묘비명도 없이 묻히겠죠. 마음속 그 무덤가에서 언젠가 예쁜 꽃이 피어나 저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어요.”
“복잡한 마음의 상태를 즉흥연주로 한 방에 연주했다”는 ‘마음의 무덤’의 긴 피아노 솔로는 키스 재럿도 연상시킨다. 마지막 곡 ‘봄, 밤’의 따뜻한 심장박동 같은 비트는 그랜드 피아노 페달을 밟을 때 나는 소음과 베이스 드럼 사운드를 결합해 만들었다고. 이 정도면 새로운 발라드 작가의 탄생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른 가수의 작사 작업이나 아이돌 그룹과의 협업도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일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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