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만 살짝 보일 정도로 아주 큰 파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아이는 ‘파란모자’로 불린다. 인사를 해도 파란모자는 반응이 없다. 파란모자가 길을 가다 여기저기 부딪히고, 사람들은 슬슬 그를 피한다. 사람이 없는 숲으로 간 파란모자는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낮잠도 즐긴다.
낯선 세상과 마주하기 어려워하는 이의 마음을 파란모자를 통해 절묘하게 표현했다. 아이는 사람들이 자기를 보면 놀랄 거라 걱정해 모자 안으로 숨은 것. 몸이 쑥쑥 자라 모자가 터지는 바람에 아이의 모습이 드디어 공개된다. 동글동글 감자처럼 생겼다. 놀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누구도 아이를 피하지 않는다.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는 게 두려워도 일단 한번 해 보라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고, 어쩌면 더 괜찮을 수 있다고.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시작을 앞둔 이에게 보내는 응원의 편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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