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근 오버더피치 대표
유니폼 수집 넘어 직접 유니폼 디자인하고 제작
백화점에 매장 내고 국내외 구단-업체와 협업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브라질 출신의 21세 축구선수 호나우두는 한 소년의 마음을 마구 헤집어 놨다. 그의 드리블, 슛, 발놀림 하나하나가 황홀했다. 그때부터였다. 부모님을 졸라 한두 벌씩 사 모으던 그의 유니폼은 100여 벌. 프로 데뷔 시즌부터 그의 은퇴 시즌 유니폼까지 모조리 수집한 이 호나우두 덕후는 축구 유니폼의 매력을 알리는 전도사가 됐다.
처음에는 재미 삼아 친구들과 모은 유니폼 사진을 찍어 올리던 최호근 오버더피치 대표(31)는 ‘덕후력’을 발휘해 현재 국내외 유명 구단 및 스포츠업체와 협업하는 성공한 덕후다. 시각디자인 전공자로서 직접 유니폼을 디자인하고 제작도 한다. 숨은 역사, 가치, 문화를 전하는 웹 매거진도 발행한다. 최근 국내에선 처음으로 백화점에 유니폼 매장을 냈다. 마이너 장르인 스포츠 패션을 기성 스트리트 패션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4일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만난 그는 “지금도 호나우두를 한 번이라도 보는 게 인생 소원”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유니폼을 수집했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다. 해외 중계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스포츠 뉴스로 호나우두 선수를 봤고 무작정 부모님께 유니폼을 사달라고 했다.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내버려두셨던 어머니 덕분이다. 서른이 넘어서도 수집하다 보니 한때 300벌이 넘었다.”
―가장 비싼 수집품은….
“호나우두가 브라질에서 프로에 데뷔한 구단인 크루제이루 유니폼이 100만 원이 넘는다. 2002년 출시한 그의 시그니처 축구화 제품을 몇 년 전 250만 원에 구매했다. 출시할 때는 25만 원이었는데….”
―스포츠 유니폼의 매력은….
“옷마다 담긴 역사, 이야기가 제각각 달라 매력적이다. 1990년대 유니폼은 제 유년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다. 와인 음반 책 우표 옷 등 다른 수집품처럼 전 세계서 매년 수천 벌씩 새로운 게 쏟아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집품의 가치가 오르는 것도 매력이다. 유니폼별 역사가 궁금하면 저희 웹 매거진을 보면 된다.(웃음)”
―좋은 유니폼 선택 및 관리법은….
“해외 직구의 경우 구매 전 사진을 통해 가품 여부,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믿을 만한 판매자나 매장을 통해 사야 한다. 일상복이자 수집품인 특성상 밝은 색 유니폼은 변색의 우려가 있어 착용 후 물로만 살짝 헹구면 좋다. 난방이 잘되는 곳에선 종종 유니폼 부착물이 녹아내리기 때문에 습기가 적고 찬 곳에 보관하길 추천한다. 옷이 낡더라도 와인처럼 빈티지스러운 멋이 있다.”
―수집을 시작하고 문화를 소개하며 가장 뿌듯했던 기억은….
“가끔 홍익대 거리에 여러 사람이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 그래도 제가 1%는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한때 TV 경연 프로그램에서 래퍼들이 입는 유니폼을 협찬하고 폭발적 반응을 얻은 것도 기억난다. 우리가 타인의 취향에 인색한 편이라 이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 저는 미대 입시 시험장에도 유니폼을 입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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