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브레이브걸스는 누가 될까.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역주행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의 후속주자를 찾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브레이브걸스는 4년 전 발표한 곡 ‘롤린’이 유튜브에서 뒤늦게 인기를 끌면서 14일 SBS 인기가요에서 1위에 올랐다. 이미 SNS에선 ‘롤린처럼 역주행했으면 좋겠다, 걸그룹 숨겨진 명곡 모음’ ‘두 번째 롤린, 역주행이 시급한 명곡 모음’ 등이 여럿 등장했다.
지상파의 유튜브 채널도 이에 가세했다. MBC의 ‘올더케이팝’ 채널은 ‘밀보드 차트 노래 모음’을 통해 군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군통령으로 불린 걸그룹들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걸스데이, EXID는 물론 헬로비너스, 라붐의 곡도 포함됐다. K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KBS Star TV’에선 10년 이상 경력의 영상 편집자가 골든차일드, 온앤오프, 더보이즈, SF9 등 눈여겨볼 만한 남자 아이돌 그룹의 곡들을 추천한다.
이런 흐름은 대중의 주체적인 음악 소비 경향과 맞물려 있다. 대형 기획사의 자본력이나 사재기와 같은 편법이 아니라 대중이 음지의 곡들을 발견해내는 데 쾌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힘든 시절 자신을 위로해준 가수를 성공시키겠다는 욕구로 발현되기도 한다. 예컨대 브레이브걸스를 띄운 건 군인 팬들이었다. 이들의 댓글 모음 영상도 국방TV의 ‘위문열차’ 프로그램 영상이 주를 이룬다. 이 영상에는 “20대 가장 힘든 시절을 보내던 군인들에게 무명이었던 그룹이 건넨 위로” “은혜 갚은 장병들” 등의 댓글이 올라 있다.
성공 신화에 대한 갈증도 한몫했다. 브레이브걸스를 향한 대중의 응원이 컸던 건 이들이 갖고 있는 서사에 힘입은 것이었다. 지금은 탈퇴했지만 팀의 기초를 닦은 원년 멤버 5명은 10년 전 데뷔했다. 현재 활동 중인 멤버들도 데뷔한 지 5년이 넘었다. 힘든 무명 시간, 전방부대 등 작은 무대를 소중히 여기며 활동한 모습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줬다. 시청자들은 긴 무명기를 겪은 이들에게 자신을 투영했고, 무언의 애틋함을 느꼈다.
이런 분위기는 유튜브 채널을 타고 하나의 유행을 만들었다. EXID ‘위아래’, 비 ‘깡’을 비롯해 현재의 역주행 열풍을 가늠하려면 유튜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롤린 역주행에 크게 기여한 유튜브 채널 ‘비디터’의 경우 지난달 24일 올린 롤린 영상 조회 수가 약 1430만 회로 구독자 수(30일 기준 약 13만 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비디터 운영자는 “역주행은 생각조차 못 했고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브레이브걸스가 잘돼 기분이 좋다”며 “코로나로 인해 삶이 힘들어진 이들에게 위문 영상과 웃긴 댓글들이 활력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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