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미나리’ 많은 선물 안겨줘…연기 즐기고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4일 16시 49분


“10년 가까이 미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다 이혼의 아픔을 겪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나를 싫어했어요. ‘이혼녀가 TV에 나오면 안 된다’는 얘기도 들었죠. 그런데 지금은 나를 많이 좋아한다고 하네요. 참 이상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늘 그렇지요.”

25일 열리는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 씨(74·사진)가 2일(현지 시간) 게재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화상통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영화 ‘미나리’에서 매력 넘치는 할머니 순자를 연기해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로 지명된 윤 씨에 대해 NYT는 “고요한 존재감과 꾸밈없는 우아함을 겸비한 그녀는 때로 카메라 밖 동료에게 필요한 영어 단어를 확인하면서 답변을 이어 갔다”고 전했다.

“10대였던 1960년대 초에 방송국 견학을 갔다가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 눈에 띄어 방청객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역할로 처음 TV에 출연했어요. 그러다 드라마 연기를 하게 됐지만 그때는 연기가 무엇인지, 좋아하는지도 싫어하는지도 몰랐죠.”

윤 씨는 예순 살이 넘어 두 아들의 교육비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후 비로소 ‘내가 신뢰하는 사람들과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국내 복귀 후 두 아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아무리 작은 역도 가리지 않고 맡았다. 연기를 배우지 못했다는 열등감이 커서 대본 연습을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미움 받았을 때는 그만두고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결국 견뎌냈네요. ‘미나리’는 나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줬어요. 살아남았고, 이렇게 연기를 즐기고 있네요.”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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