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전직 요원 기헌 역 열연
복제인간 박보검과 브로맨스 예고
체중 감량과 액션 등도 소화
배우 공유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전직 요원 민기헌으로 돌아왔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와 날카로운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이용주 감독이 신작 ‘서복’을 통해서다.
삶과 죽음, 세상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그는 인간의 두려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서복과 동행하며 함께 성장한 모습이었다.
13일 화상으로 만난 공유는 “나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작품 선택 기준을 밝혔다.
이어 “시나리오를 볼 때 ‘잘 만들면 흥행이 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며 “상대적으로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전혀 고민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극적이고 가벼운, 재미 위주로 선사하는 시나리오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서복 역시 장르적인 특징 보다 메시지에 끌렸다. 2019년 ‘82년생 김지영’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는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임세은(장영남) 박사가 민기헌한테 툭 하고 ‘사람들 참 겁 많죠’라고 이야기하는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이 주제를 관통하는 한 줄의 대사라고 생각했다”며 “서복은 쉽지 않은 주제지만 잘 만들어졌을 때 관객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지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너는 왜 살아’ ‘너는 왜 살고 싶어’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할 말이 없더라. 내가 왜 살고 싶어 하지 말문이 막혔다”며 “그게 이 영화의 시작점이었다. 처음에는 머리 싸매고 고민하다가 내가 하기에는 큰 얘기라고 생각해 겁이 나서 거절했다. 영화 한편을 보고 할 수 있는 답은 아닌 것 같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질문이다”고 짚었다.
한국영화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감성드라마로 담아냈다는 점도 신선했다.
“할리우드 영화나 이전에 수도 없이 접했던 복제인간이지만 한국 상업 영화에서는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는 것 같아 흥미가 느껴지기도 했죠. 무엇보다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인간의 삶, 철학적인 이야기에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SF인데 그것을 섞는 것이 신선했어요.”
― 박보검과 첫 연기호흡…낯선 눈빛 관전 포인트
공유와 박보검의 첫 연기호흡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은 영원이라는 시간에 갇힌 채 평생 실험실에서만 살아온 존재이고 ‘기헌’(공유)은 죽음을 앞두고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인물이다. 영화는 이처럼 공통점을 찾기 힘든 두 남자가 예기치 못한 동행을 시작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을 진한 브로맨스와 함께 담아낸다.
공유는 과거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괴로워하고,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기헌’의 예민하고 날선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는 등 외적인 변화도 감행했다. 전직 요원에 걸맞게 거친 액션도 소화하고 ‘서복’을 만나 변화하는 인물의 내면도 섬세하게 그렸다.
공유는 “4개월 정도 식단 조절을 했는데 기헌의 예민함을 가져갈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며 “기헌이 눈이 푹 꺼진 상태로 처음 등장하는데 캐릭터를 설명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욕심이 나서 관객들이 놀랄 정도로 퀭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만류하기로 했다. 편집과정에서 죽음을 앞두고 곤두서있고 공격적인 기헌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장면만 추렸다”고 떠올렸다.
시원하게 욕을 하는 장명과 관련해서는 “3~4번 정도 욕설이 등장하는데 따지고 보면 거의 처음이다. 데뷔 초기 ‘동갑내기 과외하기’ 말고는 욕을 한 적이 없다. 어울리지 않게 착한 역할만 했나 생각이 들더라. 통쾌하고 자유로워서 더 즐거웠다”고 웃었다.
박보검은 ‘서복’으로 스크린 첫 주연에 도전한다. 앞서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 역에 대해 “이전에 없었던 캐릭터다. 영화 속에서 ‘서복’이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연기했다”고 언급했다.
공유는 영화 속 박보검을 향해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낯선 눈빛들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군 제대 이후가 더욱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이어 “남자 후배랑 둘이서 영화를 끌어간 적이 처음이었다”며 “보검씨가 국내외 팬이 정말 많은데 특히 여성 팬분들이 둘의 조합을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 “올해로 데뷔 20주년…한 제품 모델 10주년 했더라고요”
‘서복’은 15일 극장 개봉과 동시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티빙에서도 공개된다. 지난해 12월 개봉을 준비 중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고 국내 최초로 ‘극장-OTT’ 동시 공개를 선택했다.
“4개월 정도 연기됐는데 모두가 다 겪는 일이니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개봉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조용히 내 길을 가고 있었죠. 어제 시사회하고 간담회를 하는데 보통 작품을 찍고 얘기할 때와는 달랐어요. 약간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 이제야 비로소 개봉하는 게 실감이 나네요.”
코로나19 속 개봉하는 기대작으로 부담감도 엿보였다. 공유는 “이미 영화의 존재가 알려졌고 기대치가 높아진 것 같아서 걱정과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고 다소 철학적이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01년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공유는 올해 연기 인생 20주년을 맞이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지만 한 제품의 광고 모델을 10년간 하며 실감하고 있다고.
“한 해 한 해 얼마나 일했나 세지 않는데 팬 분들이나 관계자분들이 알려주셔서 보니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더라고요. 한 광고를 10년 했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요. 광고주 분들이 ‘축하한다’며 꽃다발과 케이크를 주시는데, 남우주연상 받은 것보다 기분이 몽글몽글했죠. 솔직히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10년 간 한 광고 모델을 했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 크고, 감사함을 많이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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