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구글이 검색 서비스를 시작할 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찾는 정보를 잘 찾아준다 치자.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 건데?’였다. 실제로 구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MS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발머는 “구글이 무얼 판매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구글이 검색정보를 바탕으로 모바일 광고시장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MS 독주 체제는 종언을 고하게 된다.
이 책은 꿀벌의 꽃가루받이(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붙이는 것·수분)가 생태계 전반을 떠받치는 개념을 경제에 적용하고 있다. 생물학계는 후기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되는 꽃식물 종의 폭발적인 증가가 꽃가루받이를 하는 벌이 등장한 덕분으로 본다. 책에서 꿀벌이 생산하는 꿀이 부의 생산과 축적을 상징한다면 꽃가루받이는 의도치 않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뜻한다. 마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정보 찾기나 관계 맺기 등 수많은 이용자들의 인지활동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경제의 모든 영역에 걸쳐 금융화가 과도하게 진척되면서 경제위기가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꿀을 모으는 데만 혈안이 된 나머지 시스템 붕괴 위기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예컨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기관들은 비우량 신용등급(서브프라임) 채권을 모아 복잡한 산식의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금융공학자들조차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가상의 상품이 부실화되면서 금융 시스템 전반을 무너뜨렸다.
그렇다고 저자가 금융기관이나 금융을 마치 사회악으로 치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시장금융이 꽃가루받이처럼 생태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금융거래세를 도입해 금융권 전반을 투명하게 감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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