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가 국내에서도 화제다. 해양 생태계의 오염 실태를 추적한 이 다큐가 주목받는 건 새로운 관점과 상상력을 자극해서다. 많은 이가 생활쓰레기로 배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을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알고 있지만, 다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어부들이 던지는 어망이 바다오염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면에 빨대 등 플라스틱의 오염비율은 0.01%에 불과하다는 것. 사실 우리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묵묵히 그물을 들어올리는 어부의 전통적 이미지에 갇혀 어업의 바다오염 가능성을 제대로 상상하지 못했다.
이 책은 이런 상상력의 부재가 기후변화의 주범임을 보여준다. 문학이나 역사, 정치의 영역에서 기후변화를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 체계적인 대응에 실패했다는 거다. 인도 태생의 유명 소설가인 저자는 기후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라고 갈파한다.
기후위기에서 상상력이 중요한 건 인간이 보이는 것만 믿으려는 행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기후변화의 재앙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저자는 기후위기의 잠재적 위험을 일깨울 수 있는 건 작가들의 상상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문제는 20세기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작가들의 상상력이 극히 빈곤하다는 점이다. 근대화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제3세계 작가와 예술가들이 특히 그렇다. 서구 근대화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이들을 압도하면서 기후변화의 위험을 사실상 외면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환경보다 성장에 방점을 두었다는 것. 이와 함께 특정 이익집단에 휘둘리는 현대 정치체제의 속성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무력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희망은 없는가. 저자는 정치체제와 별도로 존재하는 종교 및 환경운동이나 작가들에게서 새로운 기대를 품고 있다. “세계 각지의 종교집단이 대중운동을 통해 서로 협력한다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길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추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수많은 기후 활동가들이 이미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희망의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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