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30의 갈라침에 흑 31은 놓칠 수 없는 큰 곳이다. 간격이 좁아 보이지만 이렇게 백의 근거를 빼앗아 둬야 흑의 두터움이 빛을 발할 수 있다. 백 32는 흑 33과 교환돼 오히려 손해로 보인다는 견해가 많았다. “참고도 백 1로 어깨를 짚어 흑 6까지 선수하고 7로 가볍게 날아가는 행마가 좋았다”는 게 김승준 9단의 설명이다. 포석 감각이 탁월하다던 평가가 무색하게 커제 9단이 이 바둑에서는 초반 실수를 연거푸 범하고 있다.
백 34의 침입이 생각 못 한 강수다. 보통은 A로 둬서 우변 백 한 점을 돌보면서 하변을 삭감하거나 40의 곳을 어깨 짚어 가는 수를 생각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백의 도발로 하변에서 몸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흑 35로 씌운 것은 당연하다. 백 36, 38은 커 9단의 치열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수다. 흑 41까지 셰커 9단은 백의 도발에 동요하지 않고 정수만을 찾아 침착하게 응수하고 있다. 과거에 침착함의 대명사로 통하던 이창호 9단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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