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시대, 오디오 콘텐츠 돌풍…MZ세대 “어라? 신선하잖아”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28일 06시 39분


스포티파이·애플·멜론 등 팟캐스트 콘텐츠 강화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영향

밴드 ‘버글스’의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1979)가 발매된 지 40년이 지났다.

유튜브, OTT를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오디오 콘텐츠가 죽기는커녕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는 모양새다.

2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내 팟캐스트 관련 광고 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10억 달러(약 1조1100억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디오 기반의 팟캐스트는 이야기나 음악을 녹음한 음성 콘텐츠를 가리킨다. 현재 12세 이상 미국 인구의 41%가량인 1억 1600만 명의 미국인들이 팟캐스트 청취자라고 에디슨 리서치가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작년에 비해 11% 증가한 숫자다.

국내에서도 음원 플랫폼을 중심으로 오디오 콘텐츠가 강세다. 그간 ‘윌라’, ‘밀리의 서재’ 같은 오디오북 콘텐츠를 선보이는 플랫폼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주를 이뤘지만, 이제 다양한 문화 영역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카카오의 음원사이트 멜론은 작년부터 오디오 콘텐츠를 강화한 ‘스테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한 ‘SMing’,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와 연계한 ‘브런치라디오’ 등이 인기다.

카카오와 경쟁구도를 이루는 네이버 역시 라이브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나우(NOW).’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위너의 송민호와 블락비의 피오, 뉴이스트 JR 등 K팝 아이돌들이 대거 진행자로 나서 팬덤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앞서 네이버는 2018년 12월 출신한 ‘오디오 클립’을 통해 이미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김태리의 리커버북’, ‘박해진 박기웅 투팍토크여행’ 등 스타들을 앞세운 오디오 콘텐츠로 주목도를 끌어올렸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드림어스컴퍼니의 음원 플랫폼 ‘플로(FLO)’ 역시 최근 가수 테이가 진행하는 음악 토크쇼 ‘발라드의 민족 테이입니다’를 론칭하는 등 오디오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음원플랫폼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 시장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팟캐스트 수만 무려 190만 개 이상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그 부인 미셸 오바마, 영국왕실에서 자립중인 영국 해리 왕자 부부 등 거물급 인사들이 스포티파이를 통해 선보였다.

지난 2014년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은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나섰다. 내달부터 170국에서 팟캐스트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포티파이 못지 않은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팟캐스트 업체를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애플리케이션 내에 오디오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에 대한 견제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돌풍을 일으킨 클럽하우스는 최근 주춤하지만, 여전히 잠재력을 인정 받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 코로나 시대 부상…MZ세대가 열광
오디오 콘텐츠의 예상하지 못한 부상은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린다. 비대면 시대에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했다.

무엇보다 오디오 콘텐츠의 강점은 ‘친밀감’이다. 청각에만 집중되다 보니, 내밀하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영상 과잉 시대에 따른 피로감도 한몫했다. 영상 콘텐츠보다 손쉽게 편집을 해서 온라인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고 강점은 멀티태스킹이다. 온전한 집중을 요하는 영상 콘텐츠와 달리, 오디오 콘텐츠는 운전·공부·집안 일 등을 병행하면서 청취가 가능하다. 40대 초반의 회사원 박모 씨는 “예전에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떠올라 넷플릭스 시청보다는 최근엔 팟캐스트를 주로 듣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오디오 콘텐츠 열풍은 MZ세대가 이끌고 있다. 이 세대는 뉴트로(새로움(New)+복고(Retro)) 열풍의 주역이기도 한데,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오디오 문화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영상에 익숙한 이들에게 오디오 콘텐츠는 향수가 아닌, 새로운 즐길거리다. 최근 미국의 라디오 ‘아이하트미디어’는 MZ세대가 매주 18시간씩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음악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튜브를 통한 과거 곡의 역주행 열풍은 유행이 아닌 찾아서 듣는 MZ세대의 성향이 반영돼 만들어진 현상”이라면서 “오디오 콘텐츠는 기존 영상 콘텐츠와 달리 자신들이 발굴한다는 의미가 강해 MZ세대가 최근 더 선호하고 있다”고 봤다.

오디오 콘텐츠는 스타들을 업고 확장되고 있다. 한류그룹 엑소 멤버들이 대형 미술 전시의 오디오 도슨트를 맡은 것이 예다. 카이는 ‘앤디워홀 : 비기닝 서울’, 찬열과 세훈은 장 미셸 바스키아의 ‘거리, 영웅, 예술’ 전 등에 목소리를 보탰다. 스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롯데콘서트홀 가상현실(VR) 콘텐츠에서 특별 도슨트로 나서기도 했다.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공연계에서도 오디오 콘텐츠가 부상 중이다. 영국 이머시브 오디오 시어터 극단 다크필드(Darkfield)의 온라인 체험극 ‘더블(DOUBLE)도 국내에서 주목 받은 오디오 콘텐츠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다크필드가 론칭한 ’다크필드라디오(Darkfield Radio)‘ 시리즈의 첫 작품인 ’더블‘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입체음향만으로 공연을 체험하게 했다.

특히 우란문화재단이 ’더블‘에 이어 최근 공연장에서 선보인 오디오극 ’플라이트‘는 헤드셋을 쓰고 소리로만 감상하는 극으로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극작가 동인 ’괄호‘는 자신들이 쓴 희곡을 오디오드라마의 형태로 제작해 웹상에 공개하는 프로젝트 ’듣는 희곡: 괄호에 귀대면‘으로 주목 받았다.

국내에서 오디오 콘텐츠의 수익성을 위한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은 오디오 매거진 형태로 ’월말 김어준‘, ’조용한 생활‘을 선보였다. 특히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이 진행하는 ’조용한 생활‘은 작가 한강과의 인터뷰, 영화 ’미나리‘ 관련 콘텐츠로 주목 받았다.

아이돌 관련 오디오 콘텐츠를 준비 중인 음악업계 관계자는 “볼거리가 넘치는 시대에 가수들이 오히려 팬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갔으면 했다”면서 “오디오 콘텐츠 자체가 큰 돈은 되지 않지만, 구독 모델이 가능하다면 안정적인 수익은 될 거 같다. 이를 기반으로 오디오로만 할 수 있는 신선한 기획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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