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는 28일 오전부터 정 추기경의 마지막을 배웅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명동대성당에 들어서자 환하게 웃는 고인의 생전 사진이 보였다. 뒤편에는 1970년 주교품을 받으며 첫 사목 표어로 삼았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옴니버스 옴니아·Omnibus Omnia)’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교관을 쓴 정 추기경은 손에 묵주를 든 채 유리관 속에 누워 있었다. 대성당에서는 1시간마다 가톨릭식 위령 기도인 연도(煉禱)가 낭송됐다.
추모객들은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기다리다 차례가 되면 대성당 제대 앞에 마련된 유리관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눈시울을 붉히면서 조문을 마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신자 이병순 씨(82)는 “정 추기경님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신 인자한 사제였다”며 “그동안 투병 중에 힘드셨을텐테 이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28일 새벽에는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선종미사가 봉헌됐다. 염 추기경은 이날 강론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였다면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였다”라며 “병실에서 투병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통 중에도 내색도 하지 않으시고 하느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교계에서도 정 추기경에 대한 추모가 이어졌다.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는 이날 발표한 추도사에서 “평소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으셨고, 모든 사람을 신뢰하시며 인자로이 대해 주신 정 추기경님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라는 사목 표어에 따라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는 삶으로 일관하셨다“고 회고했다.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은 대표회장 명의의 입장에서 “평소 생명을 존중하며 행복하게 사는 삶을 추구했던 추기경님의 선종(善終)을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이 노환으로 선종한 것과 관련해 “국민 모두에게 평화를 주신 추기경님의 선종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 천주교의 큰 언덕이며 나라의 어르이신 추기경님이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에 드셨다. 참으로 온화하고 인자한 어른이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추기경의 장례는 전임 교구장 규정에 따라 5일장으로 치러진다. 빈소가 있는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매일 고인을 위한 연도와 미사가 거행된다. 조문은 30일(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가능하며, 화환과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게 서울대교구 설명이다.
30일 오후 5시에는 정 추기경 시신을 정식 관으로 옮기는 입관 예절이 예정돼 있다. 5월 1일 오전 10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염 추기경 주례로 장례미사가 봉헌된다. 미사가 끝나면 고인의 시신은 명동대성당을 떠나 장지인 경기 용인시 성직자묘역으로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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