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중국의 길을 묻다/하남석 등 지음·이종임 등 옮김/328쪽·1만8000원·책과함께
대규모 인재(人災)에는 ‘내부 고발자’가 있기 마련이다. 사회 시스템의 결함과 맞물린 대규모 감염병 사태도 마찬가지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할 당시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이 역할을 수행했다.
중국 당국이 정체불명의 ‘괴질’ 유행을 감추기에 급급할 때 그는 세상에 이를 처음 알렸다가 공안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부패한 사회와 의로운 개인이라는 이항 대립구도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책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의 대응을 분석하고, 코로나 이후의 변화를 전망하고 있다. 최근의 반중 정서를 감안해 중립성을 담보하고자 한국과 중국, 대만 연구자 12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내·외부자의 시선을 골고루 반영해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하려는 시도다. 저자는 “단순히 반중 정서에 휘둘리지 않고 깊이 있게 접근할 때 중국의 현실을 실사구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필진에 속한 일부 중국 학자들의 자국(自國) 중심주의는 오히려 중국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예컨대 5장을 쓴 셰마오쑹 중국 국가혁신발전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혁명 경험과 시장경제와 결합된 중국 시스템(신형 거국체제)이 방역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자평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와 싸울 당시 인민전쟁 경험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원동력”이라는 중국 당국의 선전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의 초기 방역 실패는 중국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산물이라는 한국 필자(박우 한성대 기초교양학부 교수)의 지적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홍콩의 민주화 요구와 미국과의 갈등을 극복하려는 수단으로 권위주의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는 결국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중국과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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