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모범택시’ tvN ‘빈센조’ 등
과거 선량한 히어로 대신 ‘악 對 악’
화끈한 액션에 시청자들 대리만족
“사회악 처단 폭력에 무감” 우려도
“한 주 수고들 하셨습니다. 모범택시 타고 드라이브 한번 가셔야죠. 오후 10시 출발입니다.”
매주 금요일 밤, SBS 드라마 ‘모범택시’ 시청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모’를 한다. 그들이 모범택시를 기다리는 이유는 화끈한 액션과 통쾌함 때문. 드라마가 답답한 현실의 탈출구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형 다크히어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크히어로물의 특징은 주인공이 자신의 행위가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 모범택시에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사라져야 좋은 거죠.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범죄가 되는 거니까”라는 강하나 검사(이솜)의 대사를 통해 김도기(이제훈) 등의 사적 복수가 범법행위임을 명확히 한다. 김도기 등은 범죄 집단에 잠입해 관련자들을 죽이거나 납치한 뒤 장기매매까지 시도한다.
tvN ‘빈센조’는 더 적나라하다.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는 부제 하에 빈센조는 비리를 저지르는 바벨그룹뿐 아니라 바벨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자신도 악한 자로 규정한다.
다크히어로는 선량하게만 그려졌던 과거 히어로와 대비된다. 한국판 슈퍼히어로물로 각광받았던 KBS ‘각시탈’(2012년)에서 종로경찰서 형사 이강토(주원)는 일제에 맞서 싸우며 조선인에게 위로를 주는 인물이지만, 이름 없는 영웅의 운명을 택했다.
현실적인 캐릭터도 속속 등장했다. KBS ‘김과장’(2017년)에서 회계 부정의 대가인 김성룡(남궁민)은 악을 처단하며 개과천선하고, OCN ‘경이로운 소문’(2021년)에서 소문(조병규) 등은 생명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악귀 사냥꾼인 카운터가 됐지만 진심으로 임무에 임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유일무이하고 무결한 히어로에 대한 숭배보다는 조금씩 결핍을 갖고 살아가는 일반인도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흐름이 강해졌다.
다크히어로물은 이에 더해 악을 빠르고 통쾌하게 처단하는 방법이 폭력이라는 현실을 꼬집는다. 빈센조 19회에서 “장한석(옥택연) 같은 인간을 징벌할 최선의 법은 존재하지 않아요. 차선의 법도 없고요. 그래서 변호사님의 차악을 따르는 거예요”라는 홍차영 변호사(전여빈)의 대사가 그렇다. 다만, 악을 처단하는 폭력적 방법에 무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피해를 입은 약자들의 사건 이후 삶까지 조명한다는 점이 코리안 다크히어로물의 특징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범택시는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공분을 산 조두순 사건, 웹하드 양진호 회장 갑질 사건, 염전 노예 사건 등을 다룬 후 5회 말 히든 트랙에서 각 회차에 나온 피해자들이 서로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피해자들이 일상을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어디에나 피해자가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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