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전시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술계와 지자체가 유치를 위해 관심을 적극 나타냈다.
미술계 일부는 서울 송현동과 정부서울청사 부지 등에 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고, 광역자치단체들은 ‘수도권 집중’을 견제하면서 지역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미술계 인사들은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하고 오는 10일 이전에 정식 발족하기로 했다. 이들은 삼성이 기증한 근대미술품 1000여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대미술품 2000여점을 한곳에 모아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근대미술관’ 부지로는 서울시 소유의 송현동 문화공원 부지 또는 정부서울청사다. 특히 송현동 부지는 삼성생명이 미술관을 지으려다 대한항공에 판 곳이기도 하다.
지자체 중에선 박형준 부산시장이 공식 언급했으며 광주, 대구 등도 유치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문화의 서울 집중도가 극심하다”며 “고인의 유지를 살리려면 수도권이 아닌 남부권, 특히 부산은 북항에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광주시는 국내 최대 미술축제인 광주비엔날레를 유치하기 때문에 인프라가 충분하다”며 “다른 지자체들도 미술관유치에 따른 경제문화적 효과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내부 회의에서 이 회장의 미술품 기증과 관련,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증 미술품 전시를 위한 미술관·박물관·수장고 건립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수장고도 부족하고, 이번 기증을 계기로 문화재 기증이 가속할 가능성도 있다”며 “미술관과 수장고 건립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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