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에서 커제 9단이 흑의 도발을 묵과해준 게 결국 화근이 되었다. 흑 1로 진출해선 여전히 좌변의 수습이 쉽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백 2도 완착이다. 4로 둬서 봉합하는 게 그나마 지금 장면에선 최선이었다. 흑 3의 빈삼각이 우형(愚形)으로 모양은 사납지만 좋은 수였다. 뒤늦게 백 4를 뒀지만 흑 5로 좌변 백 한 점이 아무 맛도 없이 잡혀선 더 이상 백의 우세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그 좋던 바둑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천하의 커 9단도 지금 장면에선 평정심을 잃은 듯 보인다. 백 8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백 8로는 상변을 막아갈 게 아니라 참고도처럼 백 1∼5를 선수하고 7로 둬서 중앙을 키워야 했다.
흑 9가 정교하지 못했다. 한발이라도 더 멀리 삭감하려는 간절한 마음은 알겠는데 10의 곳으로 두는 것만 못했다. 백 10을 활용해 12, 14로 밀어 올리며 중앙을 키워선 승부는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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