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시집 '공항철도' 출간 온라인 간담회
"황희 장관은 자격 미달인 사람" 비판 여전
“올해 환갑이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첫 시집 제목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였는데 이후 나이는 내게 따라다니는 숙명인 것 같습니다. 서른에 30년을 더 살았으니 이제는 자유로워질 것 같습니다.”
등단 30주년에 환갑을 맞은 최영미 시인은 4일 오후 시집 ‘공항철도’ 출간 기념으로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 벌써 내가 60세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7번째 시집 ‘공항철도’를 출간했다. 코로나 시대의 삶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와 선명한 이미지로 표현해냈다.
늦은 첫사랑에 바치는 ‘너무 늦은 첫눈’, 날씨에서 시작해 시대에 대한 발언으로 이어지는 ‘3월’, 부동산 문제를 다룬 ‘Truth’, 한강이 거꾸로 흐르는 충격을 보여주는 ‘공항철도’ 등이 수록돼 있다.
이번 시집을 통해 자신을 좀 더 드러냈다. 최 시인은 “그간 도발적인 시인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아왔다”며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서 ‘마지막 섹스의 추억’이라는 시가 있었는데 그 용어를 썼다고 사람들이 난리가 났었다”고 회고했다.
“전체 시집에서 단 하나였다. 이후 저를 자유분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셀 수 없는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그 이후로 위축돼서 다음 시집부터는 한 번도 성적 용어가 생각나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나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다. 환갑을 맞아 나를 좀 보여주자고 생각했다”며 “그간 하지 못한 걸 끄집어냈다”고 말했다.
타이틀시인 ‘공항철도’는 김시습의 ‘최선의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데서 이루어진다’는 문구로 시작된다.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최 시인은 “공항철도를 타고 가다가 우연하게 얻어진 시”라며 “김시습의 문장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떠 보니 창밖에 한강이 거꾸로 흐르는 게 보였다. 내가 역방향 좌석을 탔던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쓴 시는 아니다. 최선의 정치, 순리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 같다”며 “거꾸로 흐르는 한강은 반전이지 않나.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쓴 시는 아니고, 그냥 시 자체를 봐달라”고 말했다.
“어떤 일을 이루고자 열심히 해도 이뤄지진 않는다. 사회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이 들면서 그런 순리를 체감했다.”
영시 ‘Truth’는 부동산에 대한 시다. 그는 “요즘 부동산이 화두여서, 사람들이 너무 부동산에 심하게 몰두하는 것 같아서 써봤다”며 “사실 집이 아무리 넓어도, 방이 많아도 잠 자는 방은 하나 아닌가. 많이 가졌다고 너무 자랑 말고 가진 게 없다고 위축되지 말라고 쓴 시”라고 설명했다.
때가 때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시가 10여편 있다. 그는 “원래 대인관계가 넓은 사람은 아니지만 코로나로 낭독회 등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져서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시집의 마지막 시는 ‘최후진술’이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 진실을 다 말하지는 않았지만……’이라는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시인은 “이 시는 2018년 (고은 관련) 재판을 시작할 때쯤 썼다”며 “이전 시집에도 넣고 싶었는데 재판 중에는 괜한 오해를 살 필요 없다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7년 시 ‘괴물’을 통해 고은 시인의 성폭력을 폭로했던 최 시인은 이번 시집 속 ‘센티멘탈’을 통해서도 ‘K’를 언급했다.
“한때 젊은 날 알았고, 일을 같이 했고,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 이미 쓰러진 사람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서 한 연을 뺐는데, 만약 이번 시집이 2쇄를 찍는다면 넣고 싶다. ‘수줍고 순수한 청년’이라고 되어 있는데 원래 ‘아름다운’이 있었다. 이를 복원할 생각이 있다.”
이번 시집이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 시집이라고 생각하며 썼다.
“나는 항상 시집을 낼 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더 새롭게 뭘 쓸 수 있을까. 그래서 ‘최후진술’을 마지막에 배치한 것도 있다.”
최근 SNS를 통해 비판했던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는 “국민들의 영혼을 좌우하는 부서가 문화부인데, 교양도 많고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사람이 장관이 되어야 하는데 여러가지로 자격 미달인 사람이 후보가 됐다”며 “그 순간의 분노를 SNS에 표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저도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 작가”라며 “문화계 사람으로서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생각을 말했던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최 시인은 “이번 시집만큼 제목에 신경을 쓴 시집이 없다. 과거에는 초짜 시인이라 고민 없이 제목을 정했던 것 같다. 이번 시집은 재미있게 제목을 정하고 싶었다”며 많은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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