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피로 뒤덮인 얼굴의 해나(앤젤리나 졸리)가 소년 코너(핀 리틀)와 함께 불타는 숲을 질주한다. 발끝까지 쫓아온 화염을 피하려고 계곡으로 몸을 던진 두 사람. 이들은 불길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물속에서 숨을 참는다. 5일 한국을 시작으로 각국에서 개봉하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화재 현장에서 세 소년을 구하지 못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방대원 해나가 범죄 증거를 갖고 도주 중인 코너를 지키려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소년을 없애려는 범죄 조직은 이들이 피신한 산에 불을 지르는데 해나는 소방대원으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그를 지켜낸다.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한국, 미국, 호주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주인공 앤젤리나 졸리(46)와 핀 리틀(15)은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약 121만 m² 넓이의 사막에 나무 110그루를 심은 뒤 프로판가스로 화재를 연출했다. 배우들이 연기에 휩싸인 채 촬영해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것. 졸리는 “최근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CG)이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실제 화재를 보고 느끼면서 연기해 진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것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해나는 화재 현장에서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가지만 코너를 끝까지 지켜 마음의 짐을 던다. 타인을 위한 희생정신을 연기한 게 자신에게도 치유의 경험이 됐다고 졸리는 고백했다. 그는 “내 삶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성숙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해나가 코너를 도우며 구원을 얻는 데 공감이 갔다”고 했다. 이어 “살면서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는다. 영화 촬영 당시 나 역시 강인한 시점은 아니었다”며 “해나가 코너와 함께 산불을 극복하면서 내적 강인함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은 게 내게도 치유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후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는 코너 역의 리틀은 “영화에 어두운 장면이 많아 감정적으로 상당히 힘든 때도 있었다. 현실로 돌아올 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버텼다”고 털어놓았다.
해나와 코너는 불길에 맞서 사선을 넘나들며 신뢰를 쌓는다. 졸리는 ‘당신에게 신뢰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윤리적,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가, 그걸 지키기 위해 나와 함께 싸울 것인가가 공유됐을 때 신뢰가 형성된다”고 답했다.
졸리는 한국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의 첫째 아들인 매덕스는 연세대에 진학했다. 그는 올해 개봉을 앞둔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이터널스’에서 마동석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한국에 특별한 애정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그는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졸리는 “한국을 굉장히 가깝게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매덕스가 계속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고 내게 알려줄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마동석은 재능이 굉장히 뛰어나고 친절하다. 내게 좋은 동료이자 친구”라며 “앞으로 한국 작품에 출연하거나 제작에 참여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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