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건희컨렉션 2만3000여점을 전시하는 별도의 공간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가 문화예술정책실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 확인됐다.
박종달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은 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컬렉션 세부공개 간담회에서 “문체부가 이건희미술관 건립을 비롯해 여러가지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 사안은 소관 과 단위가 아닌 문화예술정책실 전체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실장 박태영) 산하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관할하는 지역문화정책국 지역기반과와 국립현대미술관을 관할하는 예술국 시각예술디자인과 등이 포함됐다. 박종달 단장은 지난달 22일 지역문화정책관에서 운영단장으로 보임됐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말하자면 미술관이 많아지면 좋겠다”며 “문체부가 ‘이건희 특별관 설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관장은 “이건희미술관 건립이 갑자기 부상하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다”며 “이 문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다툴 일이 아니라 국민의 문화향유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건희컬렉션 1488점을 세부 공개했다. 이건희컬렉션은 회화가 대다수이며 조각, 공예, 드로잉, 판화 등 근현대미술사 총망라한다.
이번 컬렉션은 작가 246명의 작품 1488점이다. 한국작가와 작품은 238명 1369점이며 외국작가와 작품은 8명 119점이다.
윤범모 관장은 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기증을 통해 명실공히 미술소장품 1만점 시대를 열었다”며 “한국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해 평생을 수집한 미술품을 기증해주신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이번 기증의 가장 큰 의의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근대미술 컬렉션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켰다는 것”이라며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기 소장품이 이번 기증으로 크게 보완돼 한국 근대미술사 연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한국 작가는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이인성,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가의 명작들이 두루 구성됐다”며 “유영국과 이중섭의 경우 각각 187점과 104점이 기증돼 개인전을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작가별 작품 수를 보면 유영국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으로 가장 많다. 이중섭의 작품이 104점(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 포함),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 순이다.
윤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1년 작품 구입예산을 2~3년을 모아야 김환기 대표작 하나를 살 수 있는 상황이라 이중섭이나 박수근 작품은 구매 자체를 상상도 못했다”고도 설명했다.
외국작가의 작품은 국내작품보다 적은 119점이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천문학적 금액이다. 윤 관장은 “해외 거장들의 작품이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 됐다는 사실도 상징적”이라며 “모네, 고갱,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등 거장의 작품들을 국내에서도 만나보게 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7월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한국미, 어제와 오늘’전에 일부 작품을 선보인다. 본격적 전시는 오는 8월 서울관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과천, 청주 등에서 특별 전시, 상설 전시, 보이는 수장고 등을 통해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오는 8월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컬렉션 1부: 근대명품’(가제)에서는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을, 12월‘이건희컬렉션 2부: 해외거장’(가제)에서는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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