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은 부처의 불심(佛心)을 담고 있다. 불교인들은 부처님의 형상인 불상을 지극히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수행으로 삼는다. 불상을 지극히 바라보고 내재된 부처님의 진리를 진정으로 이해하면 그 형상에 집착하는 마음도 비울 수 있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사나 박물관에서만 주로 볼 수 있는 불상의 아름다움을 도심의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린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12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열리는 ‘불상전-불가사의한 미소, 불상에서 부처의 자비를 만나다’ 전시회다. 이 전시회에서는 한국 불교의 불상의 전통을 잇고 현대적 감각을 살린 작품들이 출품된다.
아시아의 불교 문화권에서 불상의 표현 양식은 조금씩 다르다. 불심을 담아 부처의 형상을 만드는 것은 지극한 마음의 표현이다. 이러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각국의 문화와 결합하여 다양한 형태로 발전됐다. 삼국시대부터 비롯된 우리나라의 불상은 불가사의하고 천진한 미소를 담고 있어 전통 조각 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고대 인도에서 비롯된 불상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2000여 년에 이르며 우리나라의 주요한 전통문화로서 맥을 이어가고 있다. 역사 속에서 불상은 당시의 시대성과 문화를 품고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이번 무우수갤러리에서는 이렇게 2000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서 이어가는 한국 현대불상의 두 거장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상배 작가는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초대 대상 작가인 권정학 작가, 양양 낙산사 해수관음보살상을 조성한 권정환 작가 등 현대 불교조각의 대가이자 불교조각의 맥을 잇는 권씨 집안의 조카다. 외가인 권씨 가문의 불상 작업을 접해 온 그는 오늘날 시대에 맞는 감성을 불상에 담아내고 있다. 이상배 작가의 돌조각에서 나타나는 세련된 조각술과 함께 부드럽게 흘러가는 불상과 보살상의 미소를 통해서 부처의 모습을 새롭게 찾아보게 된다.
이진형 작가는 석암 스님, 석정 스님 아래서 처음 불상 조각을 배웠지만, 고산 스님의 충고를 받고 예술성을 추구하는 작업에 몰두하여 1995년 인사동 공평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다. 대전시 제6호 불상조각장으로 인증받으며 개인전 직후 대전으로 자리를 옮겨 여진미술관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시대별 불상을 섭렵하고자 다양한 재료와 기법에 매달렸고, 우리나라 전통의 불상 조각을 계승해왔다. ‘반가사유상’, ‘수월관음’ 등의 작품에서 전통적인 불상의 아름다움과 미소를 느낄 수 있다.
두 작가의 작업은 시대성을 추구하지만 전통의 맥을 잇고 있으며, 전통을 추구하지만 시대성이 내재돼 있다고 평가된다. 무우수갤러리 조수연 대표는 “불상은 신앙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우리 전통문화의 일부분”이라며 “평소 사찰을 방문해야만 볼 수 있는 불상을 도심의 갤러리에서, 전통과 현대의 예술적 감각이 결합된 불상을 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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