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오의 아리아 ‘에우리디체를 잃었네’의 멜로디는 구슬프다. 이 곡의 모티브가 된 신화 내용을 알면 구슬픔은 한층 깊어진다. 오르페우스는 숲의 요정 에우리디체에게 반해 결혼하지만 목동의 공격으로 아내를 잃는다. 그녀를 되살리려고 저승으로 향한 오르페우스는 노래로 하데스를 감동시킨다. 저승을 벗어나기 전까지 아내를 보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를 돌려받지만, 조바심으로 돌아본 탓에 에우리디체를 영영 잃는다.
클래식 감상실 ‘무지크바움’을 운영하는 저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클래식 음악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응축하고 있어 문학, 미술, 영화 등 수많은 콘텐츠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지금껏 신화를 바탕으로 한 클래식을 소개한 책은 드물었다. 이 책은 이름 정도만 알려진 신화 속 여러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들과 연관된 클래식 음악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에게 입문서로 제격인 책이다. 클래식의 형식이나 구조를 머리 아프게 따지기보다 음악의 배경에 깔린 이야기를 통해 감상적 접근이 가능하다. 금기의 욕망을 운명으로 타고난 오이디푸스,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화살을 쏘는 에로스 등 신화 속 인물 이야기가 어떻게 음악으로 재탄생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책에는 온라인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첨부됐다. 신화를 음미하면서 들으면 감상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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