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오는 25일부터 바흐 무반주 전곡을 하루에 연주하는 도전에 나선다.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6곡을 반주 없이 홀로 연주하는 일은, 고난도 테크닉에 따른 집중력과 체력이 상당히 요구된다. 하루에 연주하는 경우가 드문 이유다.
“바흐 무반주는 겉보기에 굉장히 어렵게 고통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데, 그 안을 파고 들면 그 무엇보다 자유럽고 풍부한 꽤나 행복한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아요.”
주미 강은 20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저같은 경우는 묵상이 필요하고 그리울 때 바흐 무반주를 듣고 싶어했고, 연습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의 상황과 바흐의 음악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올해 한국에서 이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돼 너무나도 기쁘고 설렙니다.”
앞서 주미 강은 지난 2019년 포르투갈 마르바오 페스티벌에서 3일에 걸쳐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을 연주했다. 여섯 곡 전곡을 하루에 모두 연주하는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미 강은 마르바오 전곡 연주는 기쁨으로 기억했다. 그 때의 결과물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20대 때부터 꿈 꿔온 도전을 드디어 실현시킨 것에 대한 뿌듯함이었다.
“그 때 깨달은 것은 ‘다음에는 전곡을 꼭 하루 안에 하고싶다’였어요. 그 때에도 하루에 전곡을 모두 하고 싶었지만, 공연장이 지하의 공간이어서 관객들의 안전을 위해 한 공연의 시간을 60분으로 제한하고 3일에 걸쳐 공연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바흐의 전곡 연주를 첼로의 구약 성서에 비유한다. 일부는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비유하기도 한다. 주미 강은 성경 비유는 진심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에베레스트 비유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에베레스트산은 정상에 도달한 사람이 존재하잖아요. 바흐를 평생 연주하시고 녹음하신 선배님들도 생을 마감하기 전에 ‘아 드디어 내가 바흐를 이해하고 정상에 도달했다’라고 과연 느낄까 싶어요. 그럴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음악에는 정답이 없지만, 특히 바흐 무반주는 음악가를 계속 발전하고 싶게 만들어주는 동기부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발전을 음악가가 몇 년에 한번씩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끊임없이 공부하는 거죠.”
그래서 주미 강은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를 앞으로도 계속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로 꼽았다. 악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교회, 성당, 박물관, 그리고 찾아가는 음악회 형식으로 고아원, 병원 같은 곳에서도 하고 싶다고 했다. “살아있는 동안 바흐 무반주 전곡을 최소 한 번 이상 녹음하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주미 강은 2010 센다이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에 이어, 같은 해 인디애나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과 동시에 다섯 개의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16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4위 입상과 함께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직후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으로부터 “사실상의 우승자”라는 평을 받았다. 화려한 콩쿠르 수상 경력이 아니더라도, 섬세함이 깃든 집중력으로 공연을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다.
올해 여름에 평창에서 열리는 대관령 음악제에 참여하고, 9월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으로 전국 투어를 하는 등 끊임없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던 작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서 김선욱과 함께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함께 녹음했고, 이 음반은 9월초에 나온다. “약 30년 바이올린을 하면서 매년 더 큰, 좋은, 새로운 목표를 갖곤 했어요. 하지만 지난 고된 한 해를 겪으며 요즘 같은 상황에는 무의미한 마음가짐일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그저 음악을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것과 매 순간 음악가로서 평생 끊임없는 발전과 노력을 하는 것이 꿈과 목표예요.”
주미 강의 이번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는 25일 오후 7시30분 대전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6일 오후 7시30분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31일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 6월1일 오후 7시30분 경기아트센터로 이어진다.
이 프로젝트 전에 23일 오후 7시 온라인 독주회를 연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콥스키와 함께 베토벤 로망스 1번,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발라드’,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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