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무브 투 헤븐’ 윤지련 작가
유품정리사 소재로 한 휴먼 스토리
산재-고독사 등 다양한 죽음 다뤄
닷새만에 국내 넷플릭스 1위 올라
드라마 ‘무브 투 헤븐’에서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가 고독사한 치매 노인의 아들에게 유품을 전달하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정중하게 정리된 망자의 생전 흔적을 받아든 유족의 심정은 어떠할까.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10부작)은 유품정리사라는 다소 생경한 직업을 다룬다. 모든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 드라마는 닷새 만에 국내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는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증과 비슷한 발달장애)이 있는 그루(탕준상)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 그루의 친구 나무(홍승희)가 유품정리사로 일하며 세상을 떠난 이들이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업재해, 고독사, 스토킹 범죄, 노인 동반 자살 등 사회적 사건 속에서 주목받지 못한 채 쓸쓸히 떠난 망자들을 조명한다.
20일 인터뷰한 무브 투 헤븐의 윤지련 작가는 “범죄사건 등이 소재가 되는 만큼 수사물이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범죄 장면이나 처벌 과정보다 고인들의 삶이 더 궁금했다”고 밝혔다. ‘어떤 마음으로 돌아가셨을까.’ ‘아쉬움은 없었을까.’ 작가의 고민은 자극적인 콘텐츠들 속에서 빛을 발하는 휴먼 스토리로 이어졌다.
윤 작가의 이번 작품은 그의 이전 대표작인 반올림3(2006∼2007년), 꽃보다 남자(2009년) 등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유품정리사 소재는 2015년 읽은 김새별 작가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착안했다. 그는 “사실 당시 ‘드라마를 다시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김새별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다시 글을 쓰고 싶게 했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나도 많이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집필에 앞서 철저히 사전조사를 했다. 한국, 미국, 일본의 유품정리사 사례를 취재했다. 유품정리사 3명을 인터뷰하고 업무 현장에도 따라갔다. 가장 기억에 남은 건 70대 노인의 고독사였다고 한다. “고독사 에피소드 집필을 마친 상태였는데 현장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수많은 물건들이 각자 한마디씩 내뱉는 것 같았죠. 하루에 이만큼 약을 드셨구나, 젊을 때는 이런 일을 하셨겠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모르던 분의 인생을 엿본 것 같았습니다.”
윤 작가는 “사회적 편견과 유족의 반대에도 고집스레 고인의 마음을 전달하려는 유품정리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감정 변화가 없고 배운 대로 행동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캐릭터(그루)를 창조했다. 그는 “담담히 유품을 전달하며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게 그루”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죽음이 집값 하락의 원인인 양 여겨지는 사회에서 망자를 오로지 한 인간으로만 바라보는 그루는 윤 작가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윤 작가는 그루 캐릭터를 만든 뒤 상구와 나무, 주변 인물들의 서사와 관계성을 촘촘히 엮어 나갔다. 회차별로 이야기 전환이 잦은데도 시청자들이 주인공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이유다. 권투를 한 상구는 그루에게 흑기사가 되고, 나무는 그루의 감정을 사회적 언어로 통역해 준다. 그는 “시청자들에게도 이 드라마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나도 배우들도 시즌2에 대한 바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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