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향한 러브레터”…여름에 만끽할 디즈니·픽사 애니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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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21일 10시 11분


루카 포스터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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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메인 포스터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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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신작 ‘루카’ 개봉을 앞두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이탈리아에 대한 애정을 비롯해 이 영화에 영감을 준 친구와의 우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21일 유튜브를 통해 디즈니·픽사 영화 ‘루카’ 관련 화상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루카’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변 마을에서 두 친구 루카와 알베르토가 바다 괴물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아슬아슬한 모험과 함께 잊지 못할 최고의 여름을 보내는 감성충만 힐링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영화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 감독으로, ‘카’ 스토리 아티스트를 시작으로 ‘업’ ‘라따뚜이’ ‘코코’ ‘인크레더블2’ ‘토이스토리4’까지 디즈니·픽사의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이후 그는 데뷔작 ‘라 루나’를 통해 단숨에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았다. ‘라 루나’가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기억을 모티브로 했다면, 개봉을 앞둔 ‘루카’는 그의 유년 시절 단짝친구와 함께했던 추억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야기다.

영화에는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해변 마을에서 멋진 여름을 보낸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유년 시절이 고스란히 담겼다. 수줍음이 많고 소심했던 감독은 열한 살 때 자유롭고 활동적인 알베르토라는 이름의 친구를 만났다. 이때 알베르토와 함께 쌓았던 추억들은 영화 속 물 밖이 궁금하지만 무서운 루카와 그를 인간세상으로 이끄는 알베르토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됐다.

이처럼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에서 출발한 ‘루카’는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유년 시절에 대한 추억과 공감을 이끌어낼 이야기로 완성됐다. 여기에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유년기를 보낸 이탈리아 해변 마을을 직접 방문한 디즈니?픽사 제작진의 노력이 더해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루카 포스터 © 뉴스1
루카 포스터 © 뉴스1
이날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국내 취재진에 “방금 사실 작업을 다 마쳤다. 4년 이상 너무나 노력 많이 했는데 드디어 선보일 수 있어서 설레고 기쁘다”고 인사했다. 이어 “지금 캘리포니아는 초여름인데, 한국도 여름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화가 여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름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또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디즈니·픽사 영화들은 항상 감동을 주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와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며 “저는 이탈리아의 제노바에 태어나고 자랐는데 12세에 베스트 프렌드를 만났다. 저는 수줍음이 많고 내향적이었다면 그 친구는 외향적이고 장난꾸러기였다. 그 친구를 만나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제가 만약 안주하는 삶을 살았다면 그걸 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였다”며 “그래서 이렇게 성장하고 자아를 찾는 데 있어서 우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그 친구와 지내며 느꼈다. 그 친구와 나는 정말 달랐기 때문에 오히려 나에 대해 잘 알게 해줬던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이 영화를 보시고 나서 관객분들께서 어른이라면 옛 친구가 생각이 나고 전화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고, 어린이라면 지금의 친구를 더 고맙게 생각하고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물론 고향이기 때문에 가장 그게 큰 이유이기는 했다”며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여름 해변은 너무나 특별하다”면서 “그것만의 찬란함이랄까. 자연적, 지리적으로 절벽이 많이 솟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바다로 첨벙첨벙 잘 뛰어들곤 한다. 이런 걸 잘 녹여내고 선사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또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이는 이탈리아에 대한 저의 러브레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음식과 음악, 경관 등 이 모든 것에 대한 저의 찬사가 들어간 작품”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감독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이탈리아 영화의 황금기, 네오리얼리즘 그 시대 영화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상상력, 꿈 모티브, 모험적인 분위기에서 포착할 수 있는 오묘한 순간들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이탈리아에서 자라면서 1980년대의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이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 저는 ‘미래소년 코난’ TV 시리즈를 즐겨봤다. (제가 연출한) 영화에서도 오마주를 하고 있고, 모험이라든지, 코난이 친구 덕분에 더 힘을 받아 모험을 떠나는 등 이런 여러가지가 영화에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가 너무나 많은 명작을 쏟아냈기 때문에 한 작품을 고르라면 선택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그리고 제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서 가장 좋아했던 점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이라면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작은 것이라도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정의에 차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숨어서 빼꼼히 세상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눈이랄까, 그게 너무 좋다”며 “‘루카’도 처음으로 물밖으로 나가는 바다 괴물이라는 캐릭터가 완벽한 주인공이라 생각했다. 주인공을 통해 우리도 정의에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화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저는 정말 우리가 보는 실제 회화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을 표현하고 싶었고, 장난기와 유쾌함도 따사로운 색감과 터치로 그려내고 싶었다”며 “전작 ‘라 루나’를 보시면 동화에 들어간 느낌이 드는데 그 느낌을 한 번 더 강화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을 그렸다고 했는데,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이 풍부하게 표현됐으면 했다”며 “애니메이션은 컴퓨터로 작업하다 보면 디테일이 다 드러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제가 원한 건 사실적인 것이 아니라 좀 더 표현이 풍성하고 풍부하게 드러나길 바랐다. 동시에 그 세계에 들어가서 몰입하고 회화적인 느낌에 들어갔으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표현을 하자면 저는 소설보다 시를 쓰고 싶었다”며 “2D의 일러스트레이션, 그림과 같은 서정성을 3D로 옮겨왔다 생각하시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디즈니 픽사 제공 © 뉴스1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디즈니 픽사 제공 © 뉴스1
바다괴물이 인간으로 변신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밝혔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변신 장면이야말로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울 줄 알았다. 정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며 “착안했던 건 자연에서 영감을 찾았다. 문어를 보면 색 뿐만 아니라 텍스처도 바꾼다. 위장하는 동물 등 자연에 착안해서 변신 장면을 묘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감독은 “이 친구들이 물을 맞으면 그 부분만 원래 모습대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게 재밌는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물을 떨쳐내면 건조가 되니까 다시 인간으로 변신하고 이런 부분을 재밌고 사실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했다”며 “어떻게 하면 비늘이 사라지고 돋게 할 것이며 이런 부분을 세세하게 표현했다. 한마디로 자연에서 착안했지만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약간의 마법의 가루를 뿌렸다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바다괴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유도 이야기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스토리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바다괴물이지만 어린아이인 이 캐릭터가 흥미로울 것 같았다”면서 “어디에 섞이지 못하고 못났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저는 친구와 잘 맞아서 둘이 친했지만 둘 다 사실은 아웃사이더였고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꼭 지켜야 하는 비밀을 가진 바다괴물이라는 설정이 10대 초반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했었다”고 말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실제 친구 알베르토에게서 영감을 받아 ‘루카’를 완성해냈다. 그는 “내 베스트 프렌드 이름이 알베르토가 맞다. 실명을 그대로 썼다”면서 “알베르토는 열정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도전하기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 친구의 가족이 집에 자주 머무르지 않아 자유로운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그에 비해 나는 온실에서 큰 화초처럼 지내고 있었다”며 “그 친구와 지내면서 생각지 못한 일들을 많이 했다. 제노바 시내를 나가서 헤집고 다니며 놀았다. 어떤 때는 위험한 장난과 위험한 일을 하기도 했다”면서 “알베르토와 여전히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 그는 공군 파일럿이 됐다. 아주 잘 어울리는 직업 같다”고 친구와의 추억을 돌이켰다.

또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알베르토와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뱀을 애완동물로 기르고 싶다고 그걸 고등학교에 갖고 가서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그랬다”며 “작년에서야 얘길 다시 들었는데 그 당시에 뱀이 무서워서 여동생에게 먹이를 주게 했다고 하더라. 이건 알베르토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무서워도 호기심에 하고 싶어서 뱀을 기른 친구였다”고 전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디즈니 픽사 © 뉴스1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디즈니 픽사 © 뉴스1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이 친구와의 추억이 중요하고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덕에 나는 위험 감수하는 법을 배웠고 기회가 있을 때 용기있게 도전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미국까지 와서 도전도 해보고 실험도 해보고 오늘날의 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한국 영화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며 ‘루카’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나는 한국영화의 큰 팬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다 챙겨보고 굉장한 애정을 갖고 있다”며 “‘루카’도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다. 펜데믹 상황에서 따로따로지만 함께 다같이 작업했다. 힘들고 어두운 시간을 지나면서 ‘루카’, 이 친구가 빛이었다. 이 빛을 공유할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고 저희가 느낀 만큼의 큰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절벽에서 푸르디 푸른 찬란한 바다로 풍덩 뛰어드는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루카’는 오는 6월 개봉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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