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루카’처럼 소심한 아이였다, 특별한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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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애니 ‘루카’ 내달 개봉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 화상 간담회

6월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루카’에서 주인공 루카(오른쪽)와 그의 친구 알베르토가 물속에 숨어 세상 밖을 바라보는 모습. 바다괴물인 루카는 부모님의 반대로 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지만 모험을 즐기는 친구인 바다괴물 알베르토를 만나면서 수면 위로 나와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땅에서 인간과 친구가 되고, 인간의 문화를 배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6월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루카’에서 주인공 루카(오른쪽)와 그의 친구 알베르토가 물속에 숨어 세상 밖을 바라보는 모습. 바다괴물인 루카는 부모님의 반대로 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지만 모험을 즐기는 친구인 바다괴물 알베르토를 만나면서 수면 위로 나와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땅에서 인간과 친구가 되고, 인간의 문화를 배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은 평범함을 탐구한다. 누군가의 부모, 자녀, 친구로 존재할 법한 일상적인 캐릭터의 평범함 뒤에 숨은 고민과 시련, 성장을 그린다. 평범함 속 비범함을 포착하기 위해 디즈니·픽사스튜디오는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주목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소울’은 피트 닥터 감독이 자신과 성격이 전혀 다른 자녀를 보고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고민하다 만들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역시 브랜다 채프먼 감독이 딸과 겪은 갈등과 화해를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깊은 공감을 살 수 있다’는 자사 스토리텔링의 원칙을 작품을 통해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6월 개봉을 앞둔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51·사진)의 ‘루카’도 평범함 속 특별함에 주목한, 디즈니·픽사다운 애니메이션이다. 카사로사 감독은 소심한 ‘아웃사이더’였던 유년 시절, 자신과는 정반대로 쾌활했던 친구 알베르토와 어울리면서 틀을 깨 나갔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2011년 단편 애니메이션 ‘라 루나’로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던 카사로사 감독이 4년에 걸쳐 준비한 첫 장편 데뷔작이다.

바다괴물 루카의 변화 과정. 루카는 물속에선 지느러미와 비슷한 파란 머리를 하고 몸은 에메랄드색을 띠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갈색 파마 머리를 하고 인간의 피부를 가진 소년으로 변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바다괴물 루카의 변화 과정. 루카는 물속에선 지느러미와 비슷한 파란 머리를 하고 몸은 에메랄드색을 띠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갈색 파마 머리를 하고 인간의 피부를 가진 소년으로 변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루카와 알베르토는 물속에 살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바다괴물. 세상 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는 겁 많은 루카는 용감하고 도전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알베르토를 만나면서 수면 위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배경도 실제 카사로사 감독이 나고 자란 이탈리아의 해안 지역 리비에라다.

21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간담회를 가진 카사로사 감독은 친구와의 추억이 영화를 만든 계기가 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열두 살에 베스트 프렌드 알베르토를 만났다. 나는 수줍고 내향적인 아이였는데 알베르토는 열정적이고 호기심이 많아서 온실 속 화초처럼 안주하는 내 삶을 깨고 나올 수 있게 도와줬다. 자아를 찾는 데 있어 우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알베르토와 마음껏 했다. 제노바 시내를 헤집고 다니며 재밌게 놀고 때론 위험한 일을 감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카사로사 감독은 루카 제작에 영감을 준 감독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을 만든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들었다. 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다는 그는 “미야자키의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의 눈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주변의 모든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경의에 차 있다. 숨어서 세상을 빠끔히 바라보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눈이 너무나 좋았다”며 “그걸 표현해 내는 데 있어 처음으로 물 밖으로 나가는 바다괴물이 완벽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과 함께 관객도 경의에 차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괴물과 인간의 모습을 오가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 이유에 대해 카사로사 감독은 “어렸을 때 주변과 섞이지 못했다. 알베르토와는 마음이 잘 맞아 친했지만 저희 둘 다 아웃사이더였다. 꼭 지켜야 하는 비밀을 가진 바다괴물이 10대 초반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가장 잘 표현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두 주인공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머리 모양부터 피부색까지 변하는 모습을 구현하는 데에는 위장하는 동물들을 참고했다. 카사로사 감독은 “캐릭터들이 변하는 장면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주변 환경에 따라 피부색과 질감까지 바꾸는 문어 등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루카#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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