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상생활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이들이 많다. 주방, 서재 등 거주 공간을 장식하는 다양한 물건들에 예전보다 더 큰 애착을 갖는 이들도 늘었다. 이들은 옷, 신발 같은 입는 것은 물론이고 과일을 놓을 작은 접시 하나, 물을 따라 마실 컵 하나도 아무거나 사기를 싫어한다. 생활을 둘러싼 모든 아이템들이 흔하지 않은 독특한 것들로 채워졌으면한다.
남들과 다른 물건들을 사고 싶을 때, 주목해야 할 곳이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말 그대로 삶에 필요한 물건들을 ‘골라서’ 판매하는데, 대형 이커머스 사이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개성 있는 아이템이 경쟁력인 가게들이다. 길을 거닐며 쇼윈도 너머로만 보면 “저긴 뭐 하는 곳이야?”라는 질문이 나오지만, 막상 들어가서 보면 지갑을 열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곳이다. 최근에는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 대기업들도 해외 유명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들여오거나, 자체 브랜드 숍을 내놓고 있다. 동아일보 Q가 비교적 최근에 문 연 곳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물컵 하나도 취향대로… 남들 산 거 말고, 다른 거!
개성 넘치는 리빙 편집숍
서울서 만나는 미국 ‘프레드 시갈’, 영국 ‘더콘란샵’
올해 3월 말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갤러리아명품관에 들어선 ‘프레드 시갈 서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1961년 동명의 디자이너가 설립한 전통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오픈 초기에는 주로 청바지를 비롯한 의류를 팔았다. 가수 밥 딜런과 엘비스 프레슬리, 배우 파라 포셋 등 당대의 스타들이 프레드 시갈의 옷을 사랑했고, 미국을 방문한 비틀스가 프레드 시갈 매장을 찾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프레드 시갈의 취급 품목은 의류에서 나아가 뷰티, 생활용품, 팝아트 작품 등으로 확대하면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의 형태를 지니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프레드 시갈을 일컬어 “LA의 쿨(Cool)함의 상징”이라고 했고, 2019년 프레드 시갈을 인수한 제프 로트먼 글로벌아이콘 최고경영자(CEO)는 “LA에 있는 모든 멋진 것들을 프레드 시갈을 통해 만나왔다”라고 말했다.
갤러리아명품관의 프레드 시갈 서울 매장은 LA 본점과 말리부, LA공항, 라스베이거스에 이은 5번째 매장이다. 미국에 가지 않아도 프레드 시갈의 패션과 생활용품을 만나볼 수 있는 첫 번째 해외 매장이기도 하다. 미국 프리미엄 캐주얼 룩으로 유명한 ‘프로엔자 슐러 화이트 라벨’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영국 브랜드 ‘어웨이크 모드’, 티베트에서 생산해 뉴욕에서 판매하는 카펫 브랜드 ‘노린시브룩’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LA 본점에도 없는 ‘숍인숍(shop-in-shop·가게 속의 가게)’ 콘텐츠도 다채롭게 구성됐다. 세계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핫플레이스이자 미국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리셀링 슈즈 편집숍 ‘스태디엄 굿즈’,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바이크 마니아들이 만든 전기자전거 브랜드 ‘슈퍼73’ 등이 입점해 있다. ‘어른들을 위한 캔디 부티크’라는 콘셉트로 2012년 LA 베벌리힐스에 처음 설립된 ‘슈가피나’도 홍콩에 이어 아시아 두 번째로 프레드 시갈 서울에서 선보였다.
서울 강남구 도곡로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2019년 11월 들어선 ‘더콘란샵’은 1974년 영국 산업디자이너로 ‘디자인의 지존’이라 불리며 왕실 명예기사 작위까지 받은 테런스 오비 콘란 경이 설립한 편집숍이다. ‘일상생활의 평범한 것들’에 대한 디자인에 열정을 내비쳤던 콘란 의 철학을 담아 실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수요가 증가하는 하이엔드 리빙 시장에 주목해 그에 걸맞은 라이프스타일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안하고자 더콘란샵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더콘란샵은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12번째 매장으로, 면적 3305m²로 12개 매장 중 가장 넓다. 가구, 조명, 음향가전을 비롯해 주방 및 욕실용품, 예술 소품, 향수나 캔들, 디퓨저, 서적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스위스 ‘비트라’, 핀란드 ‘아르텍’ 등 유명 가구 브랜드와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 프랑스 쿠션 브랜드 ‘줄팡스’ 등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를 한 곳에서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숍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소품 위주의 편집숍 ‘피숀’, 서울 강남구 본사와 제주, 부산, 김해, 대구의 쇼룸에 이어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6번째 매장을 낸 ‘이노메싸’ ‘뱀포드’ 등도 백화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뱀포드에서는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뷰티, 그루밍, 패션 상품과 함께 스파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거리 곳곳에 숨은 보석 같은 편집숍들
거리 상점가 곳곳에도 보석 같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들이 숨어 있다. 올해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모스가든 2층에 연 ‘모스가든마켓’은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식기와 빈티지 가구, 경기 이천의 젊은 도예가들이 빚어낸 감각적인 도자기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르 코르뷔지에가 “이 의자보다 더 뛰어나고 우아하고 정밀하고 실용적인 것은 없다”고 극찬한, 가구 디자이너 마하일 토넷의 ‘토넷 체어’ 오리지널 세트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17년 ‘도시, 생활, 문화공간 디자인컴퍼니’를 표방하는 기업 모스우드가 문을 연 복합 문화공간인 모스가든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아름다운 녹색의 정원과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던 곳이다. 신유진 모스우드 대표이사는 “모스가든 마켓은 흘러가는 일상의 순간순간에 질감을 더해 삶을 가치 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는 물건들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노르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르켓’은 올해 2월 아시아 첫 매장을 더 현대 서울에 오픈한 데 이어 3월에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층별로 지하 1층은 남성, 1∼3층은 여성과 리빙 상품을 판매한다. 아르켓의 컬렉션은 오랜 시간 질리지 않고 쓸 수 있도록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매장 1, 2층에 자리잡은 아르켓 카페에서는 제철 재료를 사용한 전통 북유럽식 베지테리안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의 ‘루밍’, 가로수길의 ‘챕터원’,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에이치픽스’ 등은 전문 스타일리스트는 물론이고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전통 리빙 편집숍들이다. 새로운 트렌드의 다양한 제품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곳들이다. 대부분 온라인으로도 상품을 보고 살 수 있지만 방역수칙만 잘 지킨다면 가서 직접 살펴보는 게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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