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속겠는데?”…가짜버거를 먹어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9일 07시 44분


아라보자(araboja) ESG 〈3〉
롯데리아-버거킹-노브랜드버거 ‘가짜 고기’ 메뉴 내돈내산 후기… 대체육시장의 미래는

ESG 아라보자(Araboja) 3회가 찾아왔다. 1회가 ‘입어보자’였다면 2회는 ESG가 무엇인지 써봤다. 3회는 ‘먹어보자’다. 기자는 육식종에 가깝지만 오늘은 국내 150만 명(한국채식연합, 2018년 기준)의 채식주의자 독자 분들을 대신하여 한국 대표 프랜차이즈들의 가짜 버거를 먹어보도록 한다.

일단은 먹기 전에 대체육 시장이 ESG랑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자.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는 농업 부문에서 나온다. 이중 58%가 고기, 우유 등 동물성 식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된다고 한다. 특히 소나 양 등 동물들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이 채식을 택한 이유가 대부분 종교적, 철학적 배경이었다면, 이제는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채식을 택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늘고 있다. 에코백과 텀블러를 손에 들기 시작한 이 세대들이 ‘굳이 고기를 먹어야 하나요?’ 하는 질문을 들고 나온 것이다. 대체육 시장에 ESG 투자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계기다.

글로벌 시장에선 이미 기라성 같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이미 대체육 산업에 뛰어들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한 비욘드미트는 시가총액이 7조 원에 육박한다. 게이츠가 투자한 또 다른 대체육 회사인 임파서블푸드는 지난해 기준 누적 1조5800억 원 투자를 유치했고 4조5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대 식품 기업 네슬레도 ESG 흐름에 맞춰 2019년 대체육 회사 스위트어스를 인수해 대체육 버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더욱 ESG 바람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체육 시장은 순풍을 타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는 세계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2020년 133억1000만 달러에서 2026년 309억2000만 달러로 약 2.3배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비욘드미트(왼쪽)의 버거용 대체육 상품과 임파서블푸드의 채식 버거. 각 사 홈페이지
비욘드미트(왼쪽)의 버거용 대체육 상품과 임파서블푸드의 채식 버거. 각 사 홈페이지


글로벌 트렌드 쫓아가는 속도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이다. 이미 인구 3%에 해당하는 150만 명의 채식주의자가 있는 우리다. 연간 1700~3500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한국의 대체육 시장은 이제 막 태동을 시작했다. 콩고기를 활용한 제품들과 채식라면 등의 상품들이 매대에서 자리를 넓히고 있다.

이미 대체육 상품들이 다수 판매되고 있지만 오늘은 가장 많은 대중들이 접할 프랜차이즈 햄버거와 치킨너겟으로 정했다. 드디어 먹어보자.

내돈내산은 영수증 인증이 예의라고 들었다. 감튀와 콜라를 노브랜드에서 산 이유는 거기를 가장 마지막으로 들렀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없다.

준비물은 각 브랜드 햄버거와 치킨너겟, 커팅 칼 한 개, 함께 객관적으로 맛 평가 해줄 동기. 왼쪽부터 롯데리아의스위트어스 어썸버거, 미라클버거, 버거킹의 플랜트와퍼, 노브랜드버거의 노치킨너겟이다. 모두 회사 근처 매장에서 샀다. 동기는 회사에서 당직 근무 중이어서 갑자기 테스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래부터는 지극히 평범한 개인인 기자와 동기의 사적인 리뷰이므로 전혀 보편적이거나 전문적인 평가가 아님을 밝힌다.


첫 번째로 롯데리아 미라클버거를 먹어보자.

미라클버거는 지난해 1월 국내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 최초로 롯데리아가 내놓은 대체육 버거다. 패티는 콩 단백질과 밀 단백질을 조합해 고기 식감을 냈고 소스에도 달걀 대신 대두를 썼다고 한다. 빵도 우유 성분 대신 식물성 재료만 들어갔다.

일단 눈으로 보기에도 패티의 질감이 실제 고기 패티와는 좀 차이가 있다. 색감은 고기지만 고깃결이 보이기보다는 뭔가 다른 것으로 뭉쳐져 있는 것 같다. 한입 먹어보니 녹두전 같은 콩 부침개를 두껍게 빚어서 누른 다음 겉을 바싹 구운 것 같은 식감이다. 동기는 “일단 두께가 보통 패티보다 얇은 데다 건조한 느낌이라 패티 자체가 잘 느껴지지가 않는다”고 했다. 맛은 우리가 잘 아는 롯데리아 불고기소스의 단짠 맛인데 일반 불고기버거보다 향과 간이 센 느낌이었다.

다음은 스위트어스 어썸버거다. 마찬가지로 롯데리아에서 내놨다. 미라클버거에 이어서 지난해 11월 출시됐고 아까 언급한 네슬레의 대체육 브랜드 스위트어스의 국내 첫 버거 패티 제품이다. 밀과 콩으로 만든 미라클버거 패티와 달리 노란 대두를 기반으로 비트, 블랙커런트 등 채소과일농축액으로 육즙과 색상을 실제 고기처럼 재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세 개의 버거 중 질감 표현은 가장 나았던 것 같다. 심지어 시각적으로 덜 익은 고기처럼 가운데 부분은 붉은빛이 돌기도 했다. 동기는 “패티만 빼서 아주 언뜻 보면 스테이크라고 속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그래서 육식종들한테는 충격과 실망감이 더욱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질감을 얻고 맛을 포기한 느낌이다. 양고기 향 같기도 한 특이한 풍미가 났다. 동기는 짜파게티 건더기스프 안에 있는 동그란 가짜 고기 맛이 난다고 했다.

버거킹의 플랜트버거를 먹어보자. 버거킹이 올해 2월 내놓은 플랜트버거는 호주의 식물성 대체육 대표 기업 ‘v2 food’사와 함께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패티로 만들었다. 콩 단백질이 주 원료로 콜레스테롤과 인공 향료 및 보존제가 전혀 없는 식물성 패티라고 한다.



일단 베어 무는 첫 순간엔 와퍼 특유의 불 맛과 달짝지근한 와퍼소스 맛이 똑같다. 식감은 스위트어스 어썸버거와 미라클버거의 중간 어딘가를 달성한 수준이다. 불 맛과 소스 맛이 강해 막상 패티 자체의 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고기만 떼어서 먹어보니 처음엔 괜찮았는데 씹을수록 느껴지는 뭔가 특이한 뒷맛이 있었다. 동기가 “이제 다 먹어본 거지…?”라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메뉴가 남았다. 노브랜드 노치킨너겟은 가장 최근인 올해 4월 출시됐다. 영국의 대체육 브랜드 퀀(QUORN)의 마이코프로틴을 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미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인 마이코프로틴은 조직구성이 실처럼 가느다란 형태를 띠고 있어 닭 가슴살과 비슷하고, 씹었을 때 유사한 식감을 줘 유럽에서는 닭고기 대체육의 주성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점점 표정을 잃어가던 기자와 동기였지만 치킨너겟을 칼로 갈라 보고는 약간의 희망을 가지게 됐다. 눈으로 보기에 닭가슴살과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결이 살아있었다. 약간 퍽퍽하긴 했지만 식감도 거의 비슷했다. 조미도 잘 돼 있어서 케첩에 찍어서 먹으면 누구든 다 닭가슴살 너겟인 줄 알 것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자보다 조금 더 입맛이 예민한 편인 동기는 몇 차례 씹어보더니 “두부튀김 맛이다”라고 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시중에 현재 판매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 대체육 제품 4종을 먹어보았다. 동기와 기자가 내린 결론은 “지금 수준까지 온 것이 놀랍긴 하지만, 고기의 식감과 맛을 동시에 얻는다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였다. 물론 사람들의 입맛이란 개인차가 있다. 데스크 선배 한 분은 “전부 다 맛있는데? 진짜랑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가장 먼저 제품을 내놓은 롯데리아 기준 지난해 대체육 버거는 총 240만 개가 팔렸다고 한다. 판매량도 분기 단위로 5만 개씩 꾸준히 늘어났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도 채식 제품 전용 코너가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도 시장 가능성이 분명 존재한다는 얘기다. 가치 소비 정신이 이끌고 있는 대체육 기술의 발전을 앞으로도 주목해볼 만 하겠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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