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집사의 인간 세상 다르게 보기, 다 내 덕분이라오 냐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베르베르 반려묘 ‘도미노’ 가상인터뷰
고양이가 인류 구하는 소설 ‘문명’, 실제 키우는 반려묘가 창작 동력돼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각 필요해 고양이 눈 택해… 메시지 우회적 전달
“매일 4시간30분 글쓰는 베르베르, 바쁘지만 나랑 놀아줘서 기특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품 안에 포근하게 안긴 도미노.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가면서 보니 도미노는 독점욕이 어마어마하게 강한 고양이”라며 “늘 자기하고만 시간을 보내 주길 바라고 다른 상대에게 내 관심과 시선이 가는 걸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열린책들 제공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품 안에 포근하게 안긴 도미노.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가면서 보니 도미노는 독점욕이 어마어마하게 강한 고양이”라며 “늘 자기하고만 시간을 보내 주길 바라고 다른 상대에게 내 관심과 시선이 가는 걸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열린책들 제공
‘하얀 털과 검은 털이 적당히 섞인 일명 젖소무늬 고양이. … 일단 나는 지나친 완벽주의자야. 몇 시간씩 털을 고를 정도로 청결 강박증도 있어.’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0)의 신작 ‘문명’(열린책들)에 묘사된 세상을 구하는 고양이 바스테트는 그의 반려묘 도미노와 똑 닮았다. ‘사랑스러운 공주님’이라면서도 ‘날카로운 발톱과 식탐과 신경질, 무엇보다 병적인 자기애’로 표현한 부분에서는 도미노에 대한 작가의 애증이 느껴진다. 작가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미노가 소설을 쓰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도미노는 어떤 고양이고, 작가는 왜 도미노에게 매료됐을까. 동아일보는 베르베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도미노와의 가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가가 도미노의 생각을 대신 옮겼다. 소설에서 인간에게 반말을 하는 바스테트처럼 도미노도 그렇게 답해 왔다.

―도미노! 베르베르를 어떻게 만났나요.


“원래 다른 작가랑 함께 살다 그를 만나게 됐어. 베르베르는 처음에는 내가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모르더라고 참. 흰 털과 검은 털이 섞인 외모를 보고 도미노가 연상돼 나를 그렇게 불렀다더군(옛날 도미노는 흰색과 검은색 막대기로 구성). 그가 한국 독자들을 만나러 갈 때면 이웃의 바네사 비통과 함께 지내지.”

―베르베르는 왜 당신에게 빠진 걸까요.

“난 항상 재미와 기쁨을 찾아다니지. 모든 사람이 내 미모에 감탄하기를 원하고 나 스스로를 유명 배우처럼 여기기도 해. 고양이 집사들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할 거야. 난 베르베르와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해. 그가 바빠서 날 보지 않으면 발코니 난간에 올라가서 위험천만한 자세로 앉아있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면 그제야 날 쳐다보더군. 아마도 베르베르는 이런 내 성격을 좋아하는 것 같아.”

―베르베르가 당신을 ‘문명’의 모티브로 삼은 이유가 뭘까요.

“그가 소설을 쓰는 이유는 미래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하기 위해서야. 인간이라는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그것 밖으로 나와야 해. 인간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지. 그래서 그는 고양이의 눈을 택한 거야. 고양이라는 종은 여러 측면에서 인간보다 똑똑한 동물이거든.”

―베르베르가 고양이나 쥐 같은 동물을 의인화하는 이유도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그는 자기 눈에 비친 인간 세상이 만족스럽지 않았어. 그래서 자신이 동물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상상을 수시로 했다지. 여덟 살 때 벼룩이 된 자기 모습을 상상하면서 단편소설을 썼는데 주변에서 다들 재미있다고 칭찬해 줬다더군. 그는 동물을 이용하면 우회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철학이나 정치를 논하려면 진지함을 피할 수 없는데 동물의 입을 빌리면 그렇지 않잖아.”

―소설이 인간 문명의 몰락을 그리다 보니 최근 팬데믹 상황이 연상되는데 베르베르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코로나19가 등장했을 때 베르베르는 이 사태가 장기화될 거라고 예상했지. 초기에 전문가들이 상반된 견해를 내놓는 바람에 사람들이 무척 혼란스러워했어. 결국 과학 전반에 대한 불신이 초래됐잖아. 돌이켜보면 과학자들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사태가 악화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야.”

―베르베르는 요즘 무얼 하나요.

“그는 16세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4시간 30분씩 글을 써왔어. 규칙적인 리듬이야말로 예술가의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생각한다대. 지금도 매일 템플 기사단(중세 십자군 전쟁 당시 3대 기사단 중 하나)과 꿀벌이 나오는 신작 소설을 쓰고 있어. 바쁘지만 틈틈이 나랑 놀아줘서 기특하다고 생각해.”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베르나르 베르베르#고양이#바스테트#가상인터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