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를 위해 지은 집/앤 부스 글, 데이비드 리치필드 그림·나린글 편집부 옮김/34쪽·1만3000원·나린글(4세 이상)
어느 날 슬픔이 찾아오자 나는 슬픔이를 위한 집을 짓는다. 이곳에서 슬픔이는 원하는 만큼 커질 수 있고 큰소리로 떠들어도 된다. 창문을 열어 새소리를 듣거나 커튼을 닫고 깜깜하게 지낼 수 있다. 뭐든 할 수 있고 뭘 느껴도 괜찮다.
집은 눈보라가 몰아쳐도 끄덕 없이 튼튼하고 정원에서는 장미가 핀다. 나는 슬픔이를 찾아간다. 가끔, 어쩌면 매일, 필요하다면 매시간…. 서로 껴안고 울거나 이야기할 수 있다.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기만 할지도 모른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슬픔과 함께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시를 읊듯 나직하게 들려준다. 동그란 아이처럼 생긴 슬픔이, 창이 있는 자그마한 집, 계절에 따른 정원의 변화를 담은 서정적인 그림은 마음을 다독인다. 슬픔을 꾹꾹 눌러야만 했던 경험이 있다면, 만약 지금 그러고 있다면 울컥 하는 감정과 함께 뭔가 스르르 풀어지는 걸 느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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