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서부의 아가씨’ 공연
서부개척시대 美탄광촌 배경… 지휘-연출 등 伊 제작진 맡아
“‘라보엠’ ‘토스카’ ‘투란도트’를 쓴 오페라 거장 푸치니가 서부극을?”
푸치니 일곱 번째 오페라이자 오페라 역사상 드문 서부극인 ‘서부의 아가씨’를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다. 7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서부의 아가씨’는 20세기 초 유럽 최고 예술인들을 불러들이던 미국 문화계 풍토와 새로운 소재를 찾아 헤매던 푸치니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산물이다. 19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푸치니 페스티벌’을 맞아 뉴욕에 초청된 푸치니는 ‘나비부인’을 연극으로 만들었던 극작가 벨라스코의 연극 ‘서부의 아가씨’를 관람했다. 서부극 영화의 효시로 꼽히는 E S 포터 감독의 ‘대열차강도’가 나오고 4년 뒤였다. 푸치니는 배경에 로키 고봉들이 스쳐가는 무대와 눈보라 효과에 매혹됐고 오페라 작업에 착수했다. 초연은 1910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열렸다.
배경은 서부 개척시대 캘리포니아의 탄광촌. 보안관 잭 랜스는 살롱을 경영하는 꿋꿋하고 당찬 여성 미니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미니의 마음은 딕 존슨이라는 미지의 남자에게 향해 있다. 눈보라가 치는 어느 밤, 미니와 딕은 뜨거운 사랑을 나누지만 상상할 수 없던 딕의 정체가 드러나고, 보안관은 복수를 다짐하는데….
이 작품은 초연 직후 ‘푸치니 4대 오페라’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세계가 제1차 세계대전의 포연에 휩싸이고 난 뒤 유럽 오페라팬들이 ‘푸치니의 해피엔딩 오페라’를 낯설어한 데다 쉽게 다가오는 소프라노 아리아가 없다는 이유로 그의 대표작 대열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푸치니가 차용한 19세기 미국 서부 음악의 특징, 미국의 광활한 자연을 그려낸 유려한 선율이 색다른 감동을 준다. 테너 아리아 ‘내가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와 두 주인공의 눈보라 속 키스신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지휘자 피에트로 리초와 연출가 니콜라 베를로파가 이탈리아 본고장식 푸치니를 전해줄 예정. 리초는 2013년 국립오페라단 베르디 ‘돈 카를로’로, 베를로파는 2018년 국립오페라단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로 국내 오페라 팬들과 낯을 익혔다. 무대와 의상, 조명, 안무까지 이탈리아인 스태프가 맡는다. 살롱 여주인 미니 역에 아르메니아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과 이윤정, 미지의 남주인공 딕 존슨 역에 테너 마르코 베르티와 국윤종, 그의 적인 보안관 잭 랜스 역에 바리톤 양준모 최기돈이 출연한다.
바바잔얀은 EMI레이블로 2009년 푸치니 아리아집을 내놓았으며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푸치니 전문 소프라노. 베르티는 메트로폴리탄과 밀라노 라스칼라, 런던 로열오페라 등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와 푸치니 전문 테너로 활동해왔다. ‘투란도트’의 칼라프 역 등 수많은 영상물에도 출연했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메트오페라합창단이 반주와 합창을 맡는다. 1만∼1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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