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중앙과 하변만 정리되면 바둑은 잔 끝내기만 남는다. 셰커 8단으로서는 조바심이 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오히려 도발할 수 있는 곳에서 너무 태연하게 뒤로 물러서고 있으니 형세를 잘못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흑 41은 상대의 심리전에 말린 감이 없지 않다. 하중앙을 삭감하기 전에 좀 더 중앙을 지워 우세를 확실하게 하려던 속셈이었지만 의표를 찔리고 말았다. 백이 42와 44를 선수하고 46, 48로 하변을 막는 수가 컸다.
하중앙에서 백 집이 불어나자 이치리키 료 9단은 적잖이 당황한 듯하다. 흑 49부터 백 56까지 좌충우돌하는 흑의 행마에서 심적 동요를 읽을 수 있다. 형세 판단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흑 59로는 참고도처럼 1, 3으로 연결해 판을 정리했으면 아직도 흑 우세였다. 실전은 흑이 61로 덤벼들었고, 백은 기다렸다는 듯 62로 끊으면서 바둑은 혼돈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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