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에 맞서 싸우는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 ‘어른이 되기 싫다’는 피터 팬에게 ‘나이 듦’의 미학을 가르치는 웬디.
원작에서 남자 주인공에 가려졌던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스핀오프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7월 개봉하는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원작 ‘햄릿’에서 그의 연인이었던 오필리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달 30일 개봉하는 ‘웬디’는 원작 ‘피터 팬’에서 피터 팬의 친구로 나온 웬디의 시점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지난해 셜록 홈스의 여동생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에놀라 홈즈’가 인기를 끄는 등 여성 서사가 주목받으면서 원작에서 수동적으로 그려졌던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을 강조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필리아는 햄릿과 사랑에 빠진 오필리아의 시선에서 햄릿을 재해석한 영화다. 타고난 현명함으로 왕비의 총애를 받아 왕실의 시녀가 된 오필리아가 햄릿 왕자와 사랑에 빠지고, 이후 왕국을 둘러싼 음모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렸다. 웬디는 피터 팬과 함께 네버랜드로 떠난 소녀 웬디의 시선에서 피터 팬과 네버랜드 아이들을 담았다. 장편 데뷔작 ‘비스트’(2012년)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벤 자이틀린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스핀오프 영화들의 특징은 수동적인 원작 속 성격을 주체적이고 강인하게 바꿨다는 점이다. 오필리아는 원작에서 비극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나약한 여성으로 그려졌다. 햄릿과 사랑에 빠지지만 햄릿은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죽이고, 이를 알게 된 오필리아는 실성해 강물에 빠져 자살한다. 비극적 사랑의 상징이었던 오필리아는 이번 영화에서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고 운명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로운 인물로 묘사됐다.
영화 웬디에서도 웬디는 피터 팬의 말에 순응했던 원작에서의 성격과는 전혀 다르다. 웬디는 피터 팬을 따라 네버랜드를 가게 되고, 자신도 영원히 늙지 않길 꿈꾸지만 나이가 들면서 네버랜드에 가지 못한다. 자이틀린 감독의 영화 속 웬디는 늙지 않으려는 피터 팬에게 “나이 드는 것은 좋은 것”이라며 그를 설득하는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다. 자이틀린 감독은 9일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함께 각본을 쓴 여동생 엘리자가 원작 속 여성 캐릭터의 수동성에 큰 문제의식을 가졌다. 웬디를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주체적인 인물로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단편적으로만 그려졌던 여성 악역을 새로운 캐릭터로 보여주기도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강아지’의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한 디즈니 실사 영화 ‘크루엘라’가 그렇다. 원작에서 크루엘라는 달마시안들을 저택에 가두고, 남에게 무례한 짓을 서슴지 않지만 실사 영화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홀어머니 손에 큰 크루엘라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어릴 때부터 유기견을 키울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성격을 지녔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크루엘라는 14일 기준으로 96만 명이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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