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를 오가며 활동하는 손열음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기자간담회에서 자가격리만 5번, 2주씩 총 10주를 그렇게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격리를 여러 번 하고 10주를 구금 상태로 살다보니, ‘이게 사는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손열음이 예술감독인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올해 주제인 ‘산’, 즉 영어로는 ‘얼라이브(Alive·살아 있는)’와 긴밀이 연관된 부분이다. ‘산’은 중의적이다. 가장 한국적인 풍경인 ‘산(山)’과도 겹쳐진다.
그 산하면 연관지어 떠올리는 강원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첫 이름 역시 ‘그랜드 마운틴스 뮤직 페스티벌(Great Mountains Music Festival)’이었던 만큼 산은 자연스런 주제이기도 했다.
강원도(원주) 출신인 손열음은 그런데 산이라는 단어를 소리내어 발음했을 때, 산(山)보다 ‘죽은’의 반대말인 ‘산’이 떠올랐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있음은 무엇인가’가 이번 음악제의 키(key)가 된 이유다. “결과적으로 산을 하나 넘는 것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알레고리가, 음악제 전체와 각 공연의 스토리텔링의 근간”이 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산다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이 많았죠. ‘생명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요. 개인적인 소회가 많이 들어간 주제입니다.”
강원도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오는 7월28일부터 8월7일까지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콘서트홀과 뮤직텐트를 비롯한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해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코로나19의 가운데도 방역지침 아래 9회 공연을 매진시켰다. 올해는 13회의 메인콘서트, 2회의 스페셜콘서트, 7회의 찾아가는 음악회 등을 마련한다. 지난달 18일 티켓 판매를 시작한 이래 몇몇 공연이 매진되고 전체 티켓의 58.8%가 팔렸다.
손열음이 지난 2018년 3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3대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이 축제에서 가장 주목 받는 건 ‘페스티벌오케스트라’다.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활약 중인 젊은 단원들이 뭉친 드림팀으로 짧은 리허설에도 완벽한 합을 들려줬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동양인 첫 제2바이올린 악장 이지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첫 아시아인 악장 박지윤이 올해도 페스티벌오케스트라 악장으로 나선다.
올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는 4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자로 나서는 개막공연인 ‘살’(Flesh)(7월28일 뮤직텐트), 첼리스트 김두민이 힘을 싣는 ‘등정(Evelast)’(7월31일 뮤직텐트), 손열음이 협연자로 나서는 ‘거울’(Mirror)(8월5일 뮤직텐트),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이 협엽하는 ‘내려갈 때 보았네’(8월7일 뮤직텐트)다.
손열음은 단순한 생각으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구상했다. 2010년대 초반부터 해외에서 현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면, 한국인이 반드시 있었던 점에서 착안했다.
“솔리스트가 아니라 고국의 초청 기회가 적으니, 막연하게 한번 뭉쳐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 바로 밑에 세대 분들이 해외 진출을 많이 했죠. 한국이 상대적으로 목관악기가 약하다는 평도 받았는데, 지금은 강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고요. 해외에서 이민자로서 느낀 설움을 한국에서 위로 받고 서로에게 반갑게 인사하자는 뜻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종, 국가를 따지는 일은 ‘아웃 오브 데이트(out-of-date·구식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해외 연주자들도 아울러 ‘한국’이라는 개념을 넓게 만든 이유다. “한국보다 ‘홈’(Home)의 개념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홈커밍 오케스트라’ 느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손열음이 이번 음악제에서 개인적으로 ‘피크(peak·절정)’로 꼽은 공연은 ‘산 vs 죽은’(Alive vs Dead)(8월 2~3일 콘서트홀)이다.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를 들려준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존재인 ‘피에로’. 손열음은 “‘피에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날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로 손꼽히는 소프라노 서예리가 이 음악제에 데뷔하고,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손열음은 “해외에서는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공연이 많아요. 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그것을 어떻게 엮는냐가 중요하죠. 국내에서는 크게 활성화가 안 됐어요. 그런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타임리스(Timeless·영원한 것)한 가치를 가장 염두에 두고 음악제를 만들고 싶어요. 그것이야말로 시간·공간 상관 없이 언제든 사랑 받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음악제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평창대관령음악제 첫 무대 ‘바위’(8월6일 콘서트홀), 대한민국 1세대 스타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그를 동경해온 손열음의 듀오 무대 ‘별’(7월30일 콘서트홀)도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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