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생물의 진화에도 물리학 원리가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9일 03시 00분


◇생명의 물리학/찰스 S 코켈 지음·노승영 옮김/488쪽·2만5000원·열린책들

생물의 진화를 탐구할 때 우리는 흔히 진화생물학의 관점을 채택한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의 시각을 빌려 적자생존의 생태계에서 선택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식이다. 그런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물리학의 관점에서 생물을 관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무당벌레에게는 왜 바퀴가 아니라 다리가 달렸는가. 왜 생물마다 세포의 크기가 비슷한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에서 미생물을 연구한 우주생물학자다. 타행성의 극단적 생태환경에서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탐구해온 그에게 생명을 물리학 시각으로 접근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지구에서 진화해 온 여러 생물을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 규모까지 추적하며 물리법칙이 작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무당벌레의 모든 다리에는 각기 움직일 수 있는 마디가 3개씩 있다. 이는 무당벌레가 수직 벽을 타거나 안전하게 착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당벌레의 발바닥에 난 가시 털에서는 끈끈한 유체 막이 분비된다. 유체 막으로 다리를 바닥에 밀착시키면 이동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세포가 미세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 세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영양소를 섭취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이다. 표면적이 넓을수록 영양소의 교환과 노폐물 배출이 용이하다. 그런데 구형인 세포의 크기가 커지면 표면적이 제곱으로 증가할 때 부피는 세제곱으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단위 부피당 영양소와 노폐물이 오갈 면적이 줄어드는 것. 따라서 세포의 크기가 작을수록 물질 교환에 유리한 셈이다.

저자는 생물을 물리학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를 둔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진화가 순전히 예측 가능한 물리학의 산물임을 입증하려는 무익한 시도가 아니다. 역사적 변칙과 우연은 실제로 작용하며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이 다양한 진화의 실험 속에는 물리학의 확고한 원리가 숨어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생물의 진화#물리학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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