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월부터 ‘트래블 버블’ 본격 추진
방역 신뢰 국가 여행자 격리면제 등
항공·관광업계, 해외발 단체관광 국한된 정책 우려
“산업 정상화 위해 개별여행 완화 정책 필수”
개별관광 비중 85%… 단체관광 15% 불과
“한국발 여행 활성화 방안 전무”… 논의 필요성 제기
수차례 검사·백신접종 등 제한 여전… 전향적 정책 필요
“전략적으로 여행 완화 대상국 선정해야”
최근 정부가 7월부터 싱가포르와 괌, 사이판 등 일부 방역 신뢰 국가와 지역에 대한 해외여행자 격리를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충격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항공·여행 등 관련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회복세의 마중물이 되기에는 부족한 대책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추진 정책 대상이 일부 단체관광에 국한된다는 점과 여러 차례의 코로나19 검사(PCR, Polymerase Chain Reaction)를 받아야 하는 등 난관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긍정적인 영향을 위해서는 보다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단체관광만으로는 한계”… 비중 85% 개별관광이 업계 정상화 관건
정부는 트래블 버블 시행 초기에는 승인된 여행사가 기획하는 패키지 여행 방식 단체관광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광객 이동경로 파악이 용이한 단체관광에 대해서만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개별 관광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개별관광을 허용할 경우 동선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하지만 항공업계와 여행업계에서는 업계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외래관광객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77.1%가 개별관광으로 집계됐다. 7.8%가 에어텔을 이용한 관광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개별관광이 전체의 84.9%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단체관광은 15.1%에 불과했다. 여기에 여행에 따른 제약도 여러 가지다. ‘안심 방한 관광 상품’이라고 명명된 단체관광은 백신을 접종한 소비자만 가능하다. 여행사는 신청서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방역지침교육과 방역지침 준수여부를 확인해 보고하는 방역전담관리사 지정 등 복잡한 방역 계획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미리 상품 구성안과 방역지침 준수 확약서, 경영현황, 상대국 협력 여행사 정보 등도 명기해야 한다. 이 같은 심사를 거쳐 상품 승인을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관광객을 모집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전체 외국인 여행객 15%에 불과한 단체여행만 가능하다는 점과 여행사의 경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마쳐야 여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정부 조치가 산업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9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업계 간담회에서 “단체관광은 전체 여행시장에서 비중이 미미하고 시급성이 떨어진다”며 “단체관광 외에 가족 방문이나 비즈니스 여행 등 개별관광으로 트래블 버블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 “정부 정책서 한국발 해외여행 수요 대책 사실상 전무”
또한 항공·여행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외국에서 한국에 들어오는 인바운드(Inbound) 수요에만 집중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을 출발해 외국으로 나가는 여객 수요인 아웃바운드(Outbound) 수요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업계 간담회에서 아웃바운드 수요에 대한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10여명 이내 음식체험 코스 등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실제 항공 및 관광 수요 회복 대책과 거리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웃바운드 수요 회복이 핵심이라고 항공·여행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상용수요 회복이 가장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노선을 개설하거나 넓힐 때 비즈니스 및 출장 등 상용수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상용수요가 충분히 갖춰져야 항공편 공급 수준을 결정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노선 운영에 대한 예측가능한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책에는 한국발 상용수요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웃바운드 수요에 대한 대책 논의가 가장 급선무이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늦춰지고 있다”며 “아웃바운드 수요가 살아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들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항공·여행업계 회복 방안으로 아웃바운드 수요 회복을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격리면제 조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트래블 버블 국가간 이동과 백신 접종자만 여행이 가능한 조건 하에 PCR 검사를 수차례 받아야 한다. 해외발 국내 입국작의 경우 입국 전 검사, 입국 후 검사 등 최소 2차례에 걸쳐 PCR 검사를 받야야 한다. 국내에서 해외를 방문했다 돌아오는 경우에는 더욱 복잡하다. 출국 전 검사, 현지 도착 후 검사, 국내 입국 후 검사, 능동적 감시를 위한 2차례추가 검사 등을 감안하면 최대 5차례에 걸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복잡한 검사단계와 심리적 난관 때문에 비즈니스 목적 상용수요와 해외 유학수요 등 주요 항공 및 여행 수요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한 6개의 백신을 접종한 소비자에게 ‘백신 인센티브’로 자가격리를 과감하게 면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가격리 면제를 통해 인·아웃바운드 개별여행 수요가 모두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가간 백신 접종 및 PCR 음성 확인을 위한 디지털증명서 도입과 협약 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개별 국가들이 모두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표준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다음 달 1일부터 백신접종 및 코로나 음성·완치 여부를 알 수 있는 그린패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디지털증명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여행 대상국가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선정해야”… 거시적 관점·다각도 지원 절실
항공·관광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트래블 버블이라는 단편적인 대책에만 집중하지 말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각도의 지원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트래블 버블 대상국가와 지역 선정에 있어서도 유연하고 전략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과 백신 여권 도입에 적극적인 서유럽 국가가 이미 백신접종이나 PCR 검사 결과만으로 관광객 입국을 제한 없이 허가하고 격리를 면제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트래블 버블 적용 국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계 항공업계는 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Team)과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 원월드(Oneworld)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안전한 국경 개방을 위해 ‘G7 국가 공통 여행·보건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G7 국가들이 선도적으로 백신접종 완료 시 입국 후 격리 면제, 코로나19 검사 접근성과 신뢰성 확보, 중간 기착지 미입국 환승객 추가 검사 및 격리 면제 등 관련 조치 추진을 포함한다.
국내 항공·여행업계는 G7 정상회의에 대한민국도 참여한 만큼 유럽과 트래블 버블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백신접종이 순풍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가장 악영향을 받았던 항공과 관광 등 산업군의 근본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방역 원칙을 지키면서도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전향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각 국가간 협의를 통해 백신접종 및 증명서 표준화를 논의해 백신접종을 완료한 사람에게는 격리면제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고 트래블 버블 적용 국가를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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