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달부터 동아일보 Q의 시계, 주얼리 칼럼 ‘주얼리어답터’를 담당하게 된 김누리 현대백화점 바이어입니다. Q 독자 여러분께서 읽는 재미와 함께 보다 즐거운 소비생활을 누리시는 데 도움을 드리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신화-역사 속에서 고결함과 부 상징
짙은 배경 속 수수한 차림의 소녀에게 느껴지는 신비로움의 근원. 인위적이지 않은 반짝임으로 우아하게 빛나는 바다의 선물. 6월의 탄생석이기도 한 진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진주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랑과 풍요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조개 속에서 탄생하는 순간 몸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진주가 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순결함과 고귀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부와 권력을 가진 여성들에게 진주는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나는 국가와 결혼했다’라는 말을 남긴 독신의 여성 통치자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진주를 사랑했다. 정숙하고 품위 있는 이미지 연출은 물론 부의 상징으로 선전 도구이기까지 했던 진주는 그녀에게 단순히 보석을 넘어 강력한 무기가 됐을 것이다. 그녀의 초상화마다 등장하는 빼곡한 진주 목걸이와 의상이 이를 증명해준다.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도 진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인물이다. 201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한 진주 펜던트가 412억 원에 낙찰되어 대중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역대 진주 경매가 중 최고가를 기록한 주인공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 속에도 등장했던 천연 진주 펜던트였다.
우아함 속 영롱함… 시간이 만들어낸 보배
진주는 반짝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우아함 속 영롱함을 뽐내며 천연 보석의 위엄을 드러낸다. 외부 물질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개껍데기 속에서 만들어진 분비물이 오랜 시간 한 겹 한 겹 쌓여 비로소 완성되는 구슬 한 덩어리, 진주(珍珠, 眞珠). 한자 그대로 참된 보배의 구슬덩어리다.
다른 보석과 달리 연마 과정 없이도 천연 그 자체로 영롱한 광택을 내는 진주는 핑크, 실버, 골드, 블랙 등 다양한 색상을 갖는다. 이 중 블랙 진주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며, 실제 가치가 가장 높다. 하지만 우아함의 상징으로는 단연 순백의 진주가 아닐까 싶다. 독보적인 화려함으로 시선을 끌기보다 어떤 복장에도 어우러져 여성스러움을 극대화시켜주는 진주의 트렌디한 대표적인 제품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자사 진주 양식장에서 만든 최상급의 진주에 장인 정신을 곁들인 타사키의 밸런스 컬렉션이다. 다섯 개의 진주가 나란히 늘어선 밸런스 시그니처를 필두로 링, 이어링, 목걸이를 선보인다. 진주 주얼리가 가지고 있던 보수적인 고정관념을 타파하며 미니멀하고 참신한 디자인을 입혔다.
파리지앵 황실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에서도 진주를 세팅한 링을 선보이고 있다. 컬렉션 명은 ‘조세핀 아그레트(Josephine Aigrette)’로 티아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수려하게 흐르는 라인과 영롱하게 빛나는 진주는 조화를 이루며 전통적인 노하우에 현대적인 창의성을 더했다. 브이(V)자 형태의 가이드링과 웨딩 밴드는 따로 착용할 수도 있지만, 함께 레이어링해 더욱 풍성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도 있는 활용도 높은 제품이다.
트렌디한 디자인 만나 데일리 주얼리로
최근 주얼리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시국에서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소재를 불문한 고성장 속에서 진주는 특히 수요층이 젊은 고객으로까지 다양화되며 대중화되고 있다. 과거 다소 올드하고 클래식한 주얼리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으나, 트렌디한 디자인을 만나 데일리 주얼리로서도 부담 없는 아이템이 된 것이다. 이번 시즌 바다의 아름다움을 가득 머금은 진주 아이템을 하나 장만해 어느 복장에도 어우러지는 우아한 분위기의 여신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북유럽의 모나리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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