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허락되지 않았던 해외 여행과 여름 휴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7월부터는 해외 단체 여행도 가능하다고 하니 버킷 리스트에 올려두었던 여행 계획을 곧 실천에 옮길 수 있겠다.
라이프스타일이 다변화되면서 저마다 선호하는 휴가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남국(南國) 어딘가의 리조트로 떠나 하루 종일 선베드에서 즐기는 휴양부터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힐링을 체험하는 리프레시 휴가, 코티지코어 열풍을 타고 청명한 공기가 살아있는 전원에서의 한가로움을 즐기는 등 이상적인 여름휴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것이다. 지친 일상의 도피처가 되어줄 휴가지에서 어울릴 만한 ‘Escape Fashion’ 트렌드를 소개한다.
어디로 떠날 것인지에 따라 패션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휴가 동안의 패션을 미리 준비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휴양지를 벗어나서 절대 입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스타일은 고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패션쇼 일정을 살펴보면 SS(봄여름)와 FW(가을겨울) 시즌 정규 컬렉션 사이에 작은 규모로 리조트(Resort)와 프리 폴(Pre-fall)이라는 별도 컬렉션이 진행된다. 리조트 컬렉션은 이름처럼 실제로 리조트로 떠나거나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제안되는 룩을 선보이기 때문에 정규 컬렉션에 비해 훨씬 ‘입을 법한’ 스타일을 제안한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색감과 과감한 디자인으로 휴가의 이미지를 전했던 리조트 컬렉션 경향도 최근에는 더 일상적이 되고 있다. 그러니 일상으로 다시 돌아와서 입지 못할만한 아이템은 선택지에서 내려 두자.
보송보송한 테리 소재 티셔츠로 리조트룩 완성
컬렉션을 진행하지 않는 브랜드들도 여름 캡슐 컬렉션을 통해 휴양지 패션을 제안한다. 르베이지(LEBEIGE)의 리조트 컬렉션에서도 휴양지에서만 손이 가는 리조트 룩이 아닌 실용성을 강조한 프랙티컬 셋업(Practical Set-up)을 선보인다. 화이트와 라이트 베이지 등 차분한 색조로 구성된 와이드 핏의 쇼츠와 장식적인 레이스 톱, 리넨 소재의 후드 롱 드레스 등은 도심에서도 충분히 우아하게 연출할 수 있다.
올여름에는 타월소재로 잘 알려져있는 테리(Terry) 소재도 주목받고 있다. 80년대 레트로 스포츠웨어에서 많이 활용되었던 테리 소재는 보송보송한 촉감에 활동하기도 편하고 빠른 건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풀사이드와 해변에 더없이 어울린다. 테리 소재는 주로 타월이나 배스 가운 등에 주로 활용되었으나, 올여름에는 폴로 티셔츠, 쇼츠 등 다양한 의류와 스윔웨어, 버킷햇, 액세서리등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높아졌다. 특히 띠어리(Theory)가 제안하는 티셔츠와 쇼츠로 구성된 테리 셋업은 여름 해변에서도 도심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완벽한 리조트룩이다.
패션 인플루언서 잔느 다마스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전개하고 있는 프렌치 시크 브랜드 후즈(Rouje)의 잔잔한 플로럴 프린트의 원피스는 전원에서 즐기는 이른바 ‘코티지코어(Cottagecore)’ 느낌의 휴가를 즐기는 데 어울린다. 빨강머리 앤이 그토록 원하던 퍼프 소매 플라워 원피스를 입는다면 서울숲에서의 피크닉도 그린게이블즈(Green Gables, 빨강머리 앤의 배경 장소)에서 즐기는 여름휴가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핸드메이드 크로셰(Crochet·코바늘 뜨개질) 아이템은 목가적인 코티지코어 패션의 정점을 찍는다. 다양한 색감과 패턴을 믹스한 크로셰 버킷햇, 원피스 위에 겹쳐 입는 손뜨개 니트 베스트 등으로 낭만적인 전원 속 휴가 무드를 강조해보자.
남성을 위해서는 야자수 프린트 대신 휴양지의 오브제를 은은하게 프린트한 컨버터블 셔츠와 여유로운 반바지 차림을 추천한다. 올해는 스포츠 샌들 대신 크로그(Clog)라는 나막신처럼 생긴 고무 샌들의 인기가 예상된다. 가죽 샌들보다 손쉬운 관리가 가능하고, 스포츠 샌들보다 더 일상적인 아이템이기도 하다.
관엽식물-숲속 향기로 홈캉스 분위기 만끽
집에서 ‘홈캉스’를 즐겨야 한다면, 화려한 플라워 패턴의 쿠션과 라탄 소품, 열대 분위기를 내는 식물화분으로 휴가지 무드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구호(KUHO)는 식물 콘텐츠 브랜드 ‘플랜트 소사이어티1’과 함께 매장을 관엽식물들로 가득 채워 푸른 휴양지처럼 공간을 구성했다. 여름철 휴양지로 유명한 플로리다를 연상시키는 협업 전시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통해 색다른 공간 구성을 위한 플랜테리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다.
분위기를 새롭게 만드는 데에는 의외로 후각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뱀포드(Bamford)의 인센스 룸 프래그런스는 조용한 산사에서의 힐링을 즐기는 고즈넉한 휴가 분위기를 내는데 효과적이고, 메종루이마리(Maison Louis Marie)의 오드 퍼퓸은 우리 집 거실을 마치 자작나무 숲으로 옮겨온 듯 숲속 향기로 가득 채운다. 향기와 함께 몸과 마음의 리프레시를 위한 입욕제만으로도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아쉽지만 당장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휴가지 패션을 시도해보거나 익숙한 공간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여름을 경험할 수 있다. 올여름에는 사랑스러운 인조 야자수와 조명, 밝고 선명한 컬러의 비치 타월 등으로 연출하는 남국의 해변 분위기는 어떨까? 또는 낭만적인 파리에서의 디너 분위기를 내기 위해 낯선 레시피를 공부하고, 음악과 테이블 세팅을 준비하며 언젠가 직접 떠나 즐길 수 있는 휴가를 상상하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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