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 원작자 앤디 위어 신작 소설
4년만의 SF소설 ‘프로젝트…’서 지적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 그려
‘사는데 물이 필요한가’ 의문서 시작… 상대론적 우주론, 천체물리학 공부
상상에 과학지식 더해 현실성 높여
배우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 ‘마션’(2015년)은 한국에서도 488만 명이 관람하며 인기를 끌었다. 마션의 원작자 앤디 위어의 신작 SF 장편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미국 유명 영화제작사인 MGM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제작과 주연을 맡아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저는 모든 생명체에게 액체 상태의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가정이 늘 의심스러웠어요. 누가 그런 규칙을 만든 거죠? 다른 행성의 생명체는 완전히 다른 화학적 반응에 기초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2014년 ‘마션’(알에이치코리아)에서 ‘화성에서 농사짓는 남자’를 상상했던 공상과학(SF) 소설가 앤디 위어(49)의 착점은 남달랐다. 그는 어느 날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물을 필요로 하지만 다른 행성의 생명체라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물 없이도 살 수 있는 생명체가 태양에 살기 시작한다면? 이 생명체들이 무수히 많아진 나머지 태양의 표면을 뒤덮어 버리기 시작했다면? 그래서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급격히 줄어든다면? 위어 작가의 신작 ‘프로젝트 헤일메리’(알에이치코리아) 속 주인공은 꼬리에 꼬리를 문 그의 상상력 끝자락에서 탄생했다.
지난달 출간된 그의 신작은 평범한 과학 교사이던 주인공이 태양을 점령한 외계 생명체 ‘아스트로파지’를 물리치기 위해 우주선 ‘헤일메리호’에 올라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헤일메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적진 깊숙이 내지르는 롱패스를 뜻하는 미식축구 용어에서 따왔다.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아르테미스’ 이후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온 그를 21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일반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한 상대론적 우주론, 천체물리학, 시간 팽창, 우주선 연료 소비에 깔려 있는 계산 같은 것들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제게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경험이었죠.”
앤디 위어 작가는 “최근 재밌게 읽은 SF는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2019년 작품 ‘재귀(Recursion)’”라고 말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미국 캘리포니아주 교외의 평범한 공대생 출신인 그는 소설 집필에 앞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첫 작품인 ‘마션’도 참신한 상상력과 정교한 과학적 사실들이 한데 어우러져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내놓은 두 번째 소설에서도 과학적 정밀함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운행하는 우주선은 심우주에 존재하는 소수의 수소 원자로부터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 헤일메리호를 설계하는 것은 복잡하고 흥미로운 고찰을 요했다”고 했다.
이번 신작에서 그는 인간과 외계 지적 생명체와 만남을 그리며 자신의 세계관을 한층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션’은 주인공이 화성에서 홀로 분투하는 모습을, ‘아르테미스’는 달에 건설된 인구 2000여 명의 도시를 그리고 있지만 인간과 외계 생명체와 만남은 발생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작가는 인간과 외계 생명체가 같은 우주시민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교감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우주인으로서의 인류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관심을 갖고 있다”며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이 몰려 있는 소행성 벨트 혹은 금성에 만들어진 도시 등이 차기작들의 배경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소설 속 이야기가 이제는 먼 훗날에나 벌어질 일이 아닌 가까운 미래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중국 등 일부 우주과학 선진국들은 이미 화성 탐사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누구보다 우주라는 공간을 깊이 사랑하는 작가가 이런 상황에 던지는 통찰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이미 우주 탐사가 어떤 모습일지 그 모델을 보았습니다. 바로 바다입니다. 모든 사람이 바다는 인류 전체의 소유라는 것을 알고 있고, 우주 역시 다르지 않을 겁니다. 우주 탐사가 한 국가나 개인이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이뤄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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