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빛, 실루엣으로 표현한 자연의 비밀…안현곤 작가 개인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0일 0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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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창작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되고, 그 관찰은 경계의 선에 다다르게 된다. 따라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자연에 담긴 비밀을 선, 빛, 실루엣으로 표현해내는 안현곤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하비스트에서 열린다. 7월2일까지. 독일 브레멘 국립조형예술대에서 유학한 안 작가는 회화의 본질인 ‘정신성’을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사물과 공간을 재해석함으로써 회화의 본질을 사유한다.

그는 점, 선, 면, 색과 다양한 형태의 문자로 된 ‘스튜디오 벽 드로잉 시리즈’를 통해 사유의 실타래를 회화적으로 또는 공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화면의 바탕이 되는 공간을 마치 밤하늘이나 우주와 같이 무한히 개방된 상태로 제시하기도 하고,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뇌와 감각기관의 작용을 형상화하기도 한다.

“몇 년전 도시와 시골의 접경지역인 외곽으로 작업실을 옮겨와 자연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 생활하다보니, 자칫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긴장과 사색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늘 정착하지 못하는, 때로는 정체성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과 근심이 나를 휘감아 왔다. 이러한 심상을 극복하는 도구로 드로잉으로 둑을 쌓아갔다.”

그는 20여년 전 강원도 양양과 홍천을 잇는 구룡령 자락으로 들어갔다. 바람과 들꽃, 원시의 계곡에서 사계절을 두 번 보내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8년을 보냈다. 다른 두 시간과 공간이지만 그에게는 세상 밖으로의 유배였고, 그 시간의 연결은 대상 너머의 본질을 파고드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일상에서 경험한 것들을 자신만의 기억 저장소 속에 넣어놓고 작업 곳곳에 활용한다. 그는 “나에게 일상생활은 영감의 원천이자, 고백적이고 자전적인 작업”이라고 말한다.



안 작가는 자연에 관심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풍경화를 그리지는 않는다.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더욱 천착한다. 식물을 통해보는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 별자리와 우주의 움직임, 예측할 수 없는 상상, 수수께끼와 호기심, 신비한 추리, 과학적 질서, 우연한 낙서와 같은 드로잉, 물리학적 논리와 같은 예술, 은유적이고 비밀스러운 기호, 사물에 흐르는 에너지, 카오스에 숨은 질서와 같은 주제가 그의 작품에 담겨 있는 키워드다.

그의 작업은 자연적 심상에 기초하면서 현대의 도시적 감각이 결합된 모습을 띤다. 한 작품에서는 점점이 문자(단어)를 쌓아 형성한 커다란 얼굴 실루엣이 등장하는데, 독일 유학 중 늘 보던 작업실 근처의 나무의 형상을 본뜬 두상이다. 식물로부터 유추한 자연적 생태적 감각의 드로잉도 있다. 안 작가는 “과학적 질서가 지닌 임의성과 자연에서 오는 우연성이 주된 관심이며, 그것을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전환시킬 때 오는 유쾌한 상상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작업실은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있다. 도시와 시골의 경계에서 그의 작업은 더욱 활발해졌다.

“다시금 청년시절에 달려온 마음을 명료하게 정리해 끝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생각과 눈을 ON스위치에 놓고 본질에 대한 고민에 매달려보고자 마음 먹었다. 시각적 직관(Visual Intuition)은 미지의 세계 속을 더듬어 나아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결국 본질은 시간과 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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