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작사 박천휴-작곡 애런슨 콤비
해외서 ‘한국 대표 창작뮤지컬’ 평가
朴 “상실통해 알게된 사랑 의미 담아” 애런슨 “서울 ‘은둔형 외톨이’ 모티브”
통통 튀면서도 풍성한 선율이 귀를 즐겁게 한다. 섬세하게 변주되는 서사 위에 21세기 말에나 나타날 법한 로봇들의 잔망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니 작품은 대학로 ‘신(新)고전’으로 거듭났다. 올해 네 번째 시즌을 맞아 6월 22일 막을 올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일본에 이어 중국 진출도 앞두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 대표 창작 뮤지컬’이라는 타이틀로 불린다.
원작이 없는 이 순수 창작물을 참신한 소재와 음악으로 무장시킨 이들이 궁금해진다. 주인공은 극작과 작사를 맡은 박천휴(38) 그리고 극작과 작곡을 맡은 미국 출신의 윌 애런슨(40). 대학로에서 ‘윌&휴 콤비’로 불린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이야기를, 미국 뉴욕에서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을 만든 비결을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현재 뉴욕에 머물며 창작에 몰두하는 두 사람은 “5년 전 한국에서 시작한 ‘어쩌면 해피엔딩’ 첫 공연 날 객석 2층 구석에 앉아 마음을 졸이다가 관객이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서로 쳐다보며 안도한 때가 떠오른다”며 “저희에게 가장 큰 칭찬은 여전히 관객의 눈물”이라고 답했다. 대학로에서 진행 중인 공연을 점검하면서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을 앞둔 라이선스 공연, 미국 공연 그리고 신작 ‘일 테노레(il tenore)’도 챙기느라 꽤 바쁘게 팬데믹 기간을 나고 있다.
둘이 처음 만나 콤비로 거듭난 건 뉴욕대에서다. 한국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박천휴는 가요 작사가로 활동하다가 돌연 미술을 공부하러 뉴욕행을 택했다. 하버드대와 독일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던 애런슨은 “이야기를 하는 듯한” 뮤지컬 음악 장르에 빠져 뉴욕을 찾았다. 고전을 좋아했던 둘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첫 산물은 영화 원작의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였다. 애런슨은 “작품의 서정적 음악이 한국에서 호평을 받고 나니 원작이 없는 작품도 욕심이 생겼다. 우리의 감정과 가치관을 가장 솔직하고 꾸밈없이 드러낸 게 ‘어쩌면 해피엔딩’”이라고 밝혔다.
브릿팝 밴드 ‘블러’의 데이먼 알반의 솔로 데뷔곡 ‘에브리데이 로봇’에서 두 사람은 작품 모티브를 얻었다. ‘인간 모습을 한 로봇의 사랑’을 떠올리며 극을 썼다. 박천휴는 “작품을 쓸 때 주변 인간관계서 이별, 죽음 같은 상실을 겪었다. 상실할지 모르는 아픔을 알면서도 결국 마음을 여는 행위가 사랑이란 걸 깨달았다”고 했다. 작품의 로봇들 역시 서로를 잃을지 모르는 위험을 알고도 마음을 열어 사랑의 감정을 싹틔운다.
웬만한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한국에 애정이 많은 애런슨은 “원룸, 작은 아파트가 많은 서울의 ‘은둔형 외톨이’를 생각하며 헬퍼봇을 떠올렸다”고 했다. “작은 공간에 누군가를 들이고 마음을 나누는 게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타지에서도 이들의 대학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여전하다. 두 사람은 “흥행작을 몇십 년씩 ‘오픈런’으로 지속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는 아쉽지만 매년 수많은 창작 뮤지컬이 쏟아지는 한국이 놀랍다. 앞으로 우리도 공감에 초점을 맞춘 좋은 작품을 또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9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 4만4000∼6만6000원, 14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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