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당신이 당신의 직장보다 우선이어야 하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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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최혜인 지음/216쪽·1만4800원·봄름

정규직 채용 공고를 하고 막상 고용계약서를 쓸 때는 계약직 서류를 내미는 회사, 폐쇄회로(CC)TV로 감시하며 업무 태도를 지적하는 상사, 화장실도 5분 내에 다녀와야 하는 세무법인에서 일하다 쓰러진 고교 3학년 현장실습생….

노무사인 저자는 일터의 각종 갑질을 나열하며 일과 사람에 대해 성찰한다. 괴롭힘에 시달리고 건강이 망가질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신음하면서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급여, 소속감 등 회사가 많은 걸 제공하는 데다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스스로를 뒷전으로 두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다른 직장을 못 구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한몫한다. 갑질을 하는 사람이 떠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잘라 말한다. 이 모든 걸 방관한 회사 그 자체가 문제라고.

갑질을 당하면 자기 탓을 하지 말고 이의 제기를 해야 한다.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산재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은 병원 치료를 받은 날로부터 3년이다. 막말하는 상사와 눈 마주치지 않기, 소리 지르는 상사에게 대답 안 하기, 성차별적 농담에 웃지 않기처럼 작게나마 항변하는 것도 방법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신이 몸담은 조직이 어떤지, 문제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퇴직급여 받는 방법, 임금 체불 대비법 등을 부록으로 담았지만 구체적인 지침서라기보다 직장과 사람의 관계, 일과 사람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로 느껴진다.

저자는 당부한다. 과도한 노동 끝에는 번아웃이 있기에 무너지기 전에 퇴사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생각이 복잡해질수록 오로지 자신만을 우선순위에 둘 때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이 순간도 번뇌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강력한 돌직구로 받아들일 것 같다.
#직장#사람#정규직#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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