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인세 못 받아도 그냥 어쩔 수 없이 넘어갔어요. 요즘 작가들이 목소리 내는 걸 응원합니다.”
한 중견 문인은 최근 장강명 임홍택 작가가 앞장서 제기한 인세 누락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출판사로부터 인세 일부를 받지 못한 작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그는 “과거엔 작가가 출판사 대표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며 “그동안 작가들이 찾지 못한 권리를 되찾는 모습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책은 최근 인세 누락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출판사와 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관심에 목매는 사람을 뜻하는 ‘관종’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묵묵하게 일해서 인정받는 시대가 아닌 만큼 자신을 홍보하는 관종이 살아남는다는 것. 물론 자극적인 홍보가 아니라 올바르게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출판사도 온라인서점에 “우리 모두가 ‘관심 추종자’가 돼야 한다”는 홍보문구를 올렸다. 작가와 출판사 모두 자기 생각을 스스로 알리고 홍보하는 관종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셈이다.
일부 출판사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관종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한 출판사 대표는 “작가들이 책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출판사들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받지 못한 인세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출판사 관계자도 “책은 출판사와 작가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신인을 키워준 출판사의 실수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물론 책을 만드는 건 작가 혼자의 일이 아니다. 책의 진가를 알아보고, 오탈자를 잡아내고, 만듦새를 정돈하고, 외부에 홍보하는 출판사의 역할이 없다면 책은 독자의 사랑을 받기 어렵다. 자신이 들인 노력을 강조하는 일은 작가뿐 아니라 출판사에도 당연한 일이라 출판사들을 이기적이라 비판하는 일은 무용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아쉬운 건 작가 단체의 목소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인세 누락 논란이 벌어진 뒤 대화한 많은 작가들이 문제를 꺼낸 작가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응원과 공감의 목소리를 보냈다. 앞으로도 책을 내야 하는 작가 개인의 입장에선 출판사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출판사를 비판하기 쉽지 않다는 건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작가 단체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작가들을 대변한다는 취지로 모인 여러 작가 단체가 있지만 인세 누락 논란 이후 공식적으로 입장을 낸 단체는 없었다.
지난해 이상문학상 발표가 취소되는 일이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작권 문제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며 자신의 입장을 먼저 밝혔지만 작가 단체의 입장은 뒤늦거나 미미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라고 모인 것이 이익단체다. 작가 단체라면 응당 작가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