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 개막식에 깜짝 등장한 봉준호 감독이 개막을 선언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7시25분(한국식나 7일 오전2시25분)에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칸의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칸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개막을 선언했다.
이날 프랑스 배우 도리아 틸리에,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조디 포스터와 시상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에 이어 개막식 무대에 섰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감사합니다, 집에서 혼자 이렇게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티에리 프리모(칸 영화제 예술감독)가 연락을 주셔서 오게 됐다”고 인사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와서 영화제에 이번에 페스티벌 오프닝 선언을 해달라고 해서, ‘아니 (내가)왜?’ 하고 제가 질문을 했다”며 “작년에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서 영화제가 열리지 못해서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제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끊어진 걸 연결해달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기생중’이 끊어지기 직전의 마지막 영화였기 때문에 제가 이런 임무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은 “오늘 이렇게 와서 여러분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영화제가 끊어졌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었을지라도 시네마,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고 인사했다.
또한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로 수백년간 지구상에서 영화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위대한 필름 메이커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증명한다”며 개막을 선언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한국어가 불어로만 통역이 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후 “미안하다, 영어로 얘기했어야 했다, 나는 굉장히 행복하다, 여러분과 함께 해서 행복하다”며 영어로 인사를 덧붙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이 무대에 서 개막 선언을 하는 가운데, 송강호는 무대 한쪽에 마련된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었다. 2년 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의 감독과 주연 배우로 함께 칸 영화제 무대에 섰던 두 사람은 올해는 개막 선언 게스트와 심사위원으로 자리를 빛내게 됐다.
봉준호 감독은 레드카펫에서 현지 취재진을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황금종려상 수상 후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너무 기쁘면서도 정신이 없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 마음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편한한 마음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봉 감독은 상을 받은 후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 어렵지 않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나는 상을 받으면서도 매일 시나리오를 썼다, 어제도 시나리오를 쓰다가 여기 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는 게 일상이라 집에서도 스트리밍이나 블루레이로 많이 봤지만, 무엇보다 레오 카락스 신작을 세계 최초로 볼 수 있는게 너무 흥분이 된다”고 칸 영화제에 참석한 소감과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올해 여섯명의 감독, 배우들과 함께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 행사에 참여한다. 이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 외에도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이자벨 위페르, 스티브 매퀸, 마르코 벨로치오 등이 참여한다. 이날(현지시간) 브뉘엘 극장에서 현지 관객들과 만남을 갖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한편 칸영화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공식 초청작 발표로 대신했다. 이에 올해 2년여 만에 칸에서 다시 열리게 됐다. 제74회 칸 영화제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7일까지 12일간 열린다. 우리나라 영화는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지 못했지만, 한재림 감독의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비경쟁 부문,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가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을 받았다. 또한 시네파운데이션(La Sélection de la Cinéfondation)에 윤대원 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의 ‘매미’가 수상작으로서 상영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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