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자신이 연출한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재미없었다는 소감을 남겼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7일(현지시각)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의 랑데부 아베크 행사에서 현지 관객들과 만나 자신의 대표작 ‘살인의 추억’ 의 모티브가 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언급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4년 7개월간 10차례에 걸쳐 경기 화성시 태안 일대에서 일어난 부녀자 강간살인사건이다.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첫 사건이 일어난지 33년 만인 2019년 9월 유력한 용의자 특정돼 영화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당시 사건은 영원히 범인을 모르는 상태로 끝나버렸고 나는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라며 “1986년에 첫 사건이 나왔고 17년 후인 2003년에 영화가 개봉했다. 그리고 16년 후인 2019년에 용의자가 특정됐는데 그 기사가 나온 날 심경이 복잡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그 사람의 얼굴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며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눈과 눈빛을 가졌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쓰면서 진범을 계속 생각하다 보니 꿈에도 나왔다”며 “만일 그 사람이 만나게 되면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정리해서 작성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현재 이춘재가 감옥에 있는데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만나보고 싶진 않더라”며 “이춘재가 ‘살인의 추억’을 봤다고 했다. 최근 경찰에서 말한 걸 보면 이춘재가 영화를 봤지만 별 관심이 없고 재미가 없었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촬영하고 있을 때 스태프들이 ‘영화가 개봉하면 진범이 영화를 볼 수도 있겠다’라고 말했는데 그게 좀 무섭기도 하고 찜찜했다”라며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전날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한국어로 “선언합니다”라고 말하며 영화제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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