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인 저자가 낸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 올해 5년이 됐다. 2016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앞에 문을 열었고, 2018년 종로구 창경궁로 동양서림의 2층으로 옮겼다. 빼곡한 건 시집만이 아니란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 페이지마다 기대로 찬 하루하루가 묻어난다. 북적이지 않아도, 틀어놓은 음악만 가득 찬 서점 구석구석을 살피다가도 저자는 행복을 느낀다. 서점을 찾는 이들은 반갑다.
이런 소소한 단상을 40개의 산문으로 엮었다. 선물로 받아 에어컨에 걸어놓은 풍경(風磬) 소리가 주변과 어우러진다. 서점을 찾아와 머무는 이들에게 커피를 담아 건네는 머그잔에서 하루치의 다정을 생각하기도 한다. 서점의 조명, 음악, 서점으로 올라갈 때 걷는 나선계단 등 매일 일상에서 느낀 감정을 친한 지인에게 늘어놓는 수다처럼 조곤조곤 풀어놨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나선계단을 좋아한다. 누가 계단을 올라올 때, 그가 정수리부터 얼굴, 가슴과 허리 순으로 나타나 마침내 시를 좋아하는 독자의 온전한 모습을 드러낼 때 여전히 나는 세상에 없는 신비를 목도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 기분은 찾아올 때와 반대의 순으로 그가 사라져 갈 때에도 마찬가지다.”
서점지기는 “건넨 건 시집뿐이지만 늘 책값 이상의 것을 받아왔다”고 말한다. 손가락으로 클릭만 몇 번 하면 집으로, 직장으로 책이 배송되는 시대에도 늘 그리운 건 사람이다. 책을 매개로 마주친 사람과의 교감.
그래서 이 서점에서 가장 많은 건 책이 아니고 사람들의 질문이라고 한다. 비 오는 어느 날 두 눈이 퉁퉁 부운 이가 찾아와 약이 되는 시집이 있냐고 물었을 때 서점지기는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건넨다. ‘서점지기의 시집은 어디에 있냐’가 가장 반가운 질문이라는 솔직함도 묻어난다.
책만 남은 고요한 시간에 서점지기는 책을 닦고 먼지를 털고 꼭 안아주고, 사람들이 두고 간 이야기를 읽는다.
“더는 찾아오지 않는, 여전히 찾아오는, 앞으로 찾아올 이들에게 여전히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이 되고 싶습니다. 두고두고 당신이 두고 간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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