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플라스틱 문제 어디까지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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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세상/나탈리 공타르, 엘린 세니에 지음·구영옥 옮김/224쪽·1만4000원·폭스코너

카페에서 갈수록 텀블러가 많이 보인다. 하지만 투명한 플라스틱 컵도 계속 쓰이고 있다. ‘쓰레기 제로’라는 이상과 분리수거 대란이 벌어지는 현실 사이에서 모두 갈팡질팡 중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식품 포장을 연구하던 저자가 세계적인 플라스틱 전문가가 된 것은 농산물 보존 분야에서 플라스틱이 획기적인 신재료였기 때문이다. 가볍고 견고한 데다 상하기 쉬운 먹을거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플라스틱은 각광받는 재료로 급부상했다. 플라스틱은 석유로부터 탄화수소를 얻은 뒤 결합해 만든다.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투명한 애호박 비닐부터 검은색 편의점도시락 용기까지 인간이 원하는 거의 모든 형태의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편리하고 저렴하니 혁명적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에 대한 환상은 바나나 농장에서 깨졌다. 경작에 쓰고 버린 수많은 농업용 폐비닐을 제대로 처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소각도 매립도 안 되는 쓰레기로 취급받았다. 충격을 받은 저자는 플라스틱 세상을 바꾸는 길에 들어선다. 음식을 나뭇잎으로 싸는 포장 방식을 연구하고, 기업인들에게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설득하고, 복잡한 실험 결과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밤새 보고서를 수정했다.

저자는 재활용이 결코 만능이 아니라고 말한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쓴다는 패션업체의 홍보는 합성섬유 옷을 계속 생산하는 한 영악한 상술일 뿐이다. “플라스틱을 한 번 더 재순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복구할 수 없는 쓰레기로 끝나게 된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유리, 돌, 금속 등은 자연의 순환 속에 녹아들지만 플라스틱은 작게 쪼개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1950년대부터 생산된 플라스틱의 70%인 60억 t이 지구에 그대로 쌓여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자연 분해나 재순환 가능한 플라스틱 연구에 매진하지만 근본 과제는 플라스틱 줄이기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관련 산업과 수많은 일자리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런 질문을 품고 있는 모두와 함께 책을 읽고 싶다. 저자는 장난감 공장 노동자, 마트 점장, 사회부 기자, 환경위원회 공무원, 환경부 장관, 석유화학 엔지니어가 플라스틱 문제로 직장과 집에서 고민하는 장면을 강렬하게 묘사한다. 커다란 문제 앞에서 다들 좌절하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한다.

최근 방수 기능을 갖춘 책 만드는 일을 했다. 물에 잘 젖지 않는 특수 용지로 만들어 휴가철 피서지에서도 안심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한 책인데, 올해엔 이 책을 포장할 때 플라스틱 비닐 대신 종이를 썼다. 편집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책을 만드느라 좌절하지만 조금만 신경 쓴다면 환경오염을 막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다.

#플라스틱#텀블러#플라스틱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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