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을 향한 동료 의원의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발언에 날린 재치 있는 반박이다. 그는 “경선에 나서는 우리 당의 모든 후보는 숭어”라며 “목적은 정권을 다시 가져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때아닌 정치권의 물고기 공방에 정작 놀란 건 망둥이가 아닐까 싶다. 사실 물고기의 세계에서 망둥이의 존재는 초라하기만 하다. 어물전에서도 잡어 취급을 받을 정도니.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망둥이를 ‘조상이 없는 고기(無祖魚)’라고 불렀다. 성어(成魚)가 되면 어미를 잡아먹는 고약한 녀석이어서다.
망둥이는 또 식탐이 너무 강해 ‘멍청이 고기’로 불릴 만큼 어수룩하다. 오죽했으면 ‘됨됨이가 변변치 못하고 덜된 사람’을 뜻하는 얼간이를 비유하는 ‘얼간망둥이’라는 말까지 얻었을까. 그러고 보니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 속 망둥이는 후한 평가를 받은 셈이다. 무시당하긴 하지만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친숙한 존재이니 말이다.
반면 숭어는 출세어다. 치어에서 성어가 되기까지 이름이 여러 번 바뀌는 물고기를 출세어(出世魚)라고 하는데, 이름이 바뀌는 게 점점 출세를 하는 것 같다는 뜻에서 따왔다. 숭어의 새끼 때의 이름은 ‘모쟁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다를 리 없다. 망둥이의 어수룩함을 닮은 듯한, 얼간망둥이 같은 표현들이 넘쳐난다. ‘저 어리버리 왜 왔냐?’ ‘어리버리한 놈’처럼 입말로 즐겨 쓰는 ‘어리버리(하다)’가 그중 하나다. 언중은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거나 그러한 사람을 가리킬 때 어리버리하다고 한다. 한데 우리 사전엔 ‘어리버리(하다)’가 없다. 그 대신 ‘어리바리’가 표제어로 올라 있다.
더욱 이상한 건, 언중은 어리바리하다와 어리버리하다를 ‘말과 행동이 얼뜨다’로 비슷한 뜻으로 쓰는데 사전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어리바리를 ‘정신이 또렷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어 몸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실생활에서 쓰는 ‘어리바리’와 사전적 정의가 다르다.
사전이 입말 어리버리와 비슷한 뜻으로 올려놓은 표제어는 ‘어리보기’다. 한데 이 말, 아는 이가 별로 없다 보니 화석어로 굳어져 간다. 오히려 어리보기의 뜻풀이에 동의어로 올라 있는 ‘머저리’나 얼뜨기, 꺼벙이가 쉽게 와닿는다.
한때 ‘어수룩하다의 잘못’이라고 했던 ‘어리숙하다’도 표준어가 됐다. 그렇다면 ‘어리버리(하다)’도 많은 사람이 즐겨 쓰는 말이므로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입말과 사전적 의미가 동떨어진 ‘어리바리하다’의 뜻풀이에 ‘말과 행동이 얼뜨다’는 풀이도 덧붙였으면 한다. 그러고 난 뒤 ‘어리버리하다’와 ‘어리바리하다’의 씀씀이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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