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천 前 서울서초서 강력반장, 지존파 등 강력사건 수사경험
이달초 논픽션 올려 9만명 구독 “조금 달리 보면 범인 쉽게 잡아”
엽기적인 연쇄 살인 행각으로 충격을 줬던 1993년 ‘지존파 사건’, 디자이너 앙드레 김(1935∼2010)에게 권총과 협박 편지가 배달됐던 2000년 ‘앙드레 김 권총 협박 사건’, 1990년대 중반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어린이 유괴 사건’….
1990∼2000년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굵직한 국내 강력 사건들의 수사 과정을 웹소설 플랫폼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이달 초 카카오페이지에 공개된 논픽션 ‘지존파 강력반장 고병천’에서다. 고병천 전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72)이 직접 수사한 강력 사건 9건을 토대로 한 이 작품은 그가 과거 수사자료를 토대로 서술하고, 공동 저자인 이수경 작가가 이를 글로 옮기는 방식으로 집필됐다.
고 전 반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은 웹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시점과 배경, 등장인물 등 모든 디테일이 철저히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경찰 생활 90%를 강력계 형사로 지내다 보니 후배들에게조차도 무섭고 딱딱한 선배로 남았다.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수사 기법이 많아서 이걸 코믹하게 풀어볼 궁리를 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1976년 순경으로 임관해 2009년 은퇴한 고 전 반장은 이 중 30년을 강력계 형사로 지냈다. 퇴직 직전부터 최근까지 10여 년간 허리 수술을 4차례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자 자신의 수사 테크닉을 후배들에게 하루빨리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한다.
고 전 반장은 사건을 조금만 달리 바라보면 범인을 쉽고 빠르게 잡을 수 있는데 현장을 뛰다 보면 경찰들이 이를 종종 놓치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지혜를 과거 어린이 유괴 사건 해결 노하우를 통해 전한다. 돈을 노리는 유괴범은 뒤를 쫓기보다는 앞에서 덫을 놓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가족을 설득해 유괴범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가족이 너무 애태우는 모습을 보이면 불리해질 것 같아 유괴범에게 새아빠라고 거짓말을 하며 애써 여유 있는 척 유괴범을 유인한 끝에 검거에 성공했던 것.
작품 출간 이후 구독자 수는 단기간에 9만 명을 넘겼다. 주변의 반응이 좋아 만족스러우면서도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삼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며 웃었다.
“경찰 생활 30여 년을 돌아보면 20년은 집에 안 들어가고 10년만 간신히 집에서 잘 수 있었던 세월이었어요. 고충이 많았을 가족들과 고생시킨 후배들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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