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작가협회가 직접 기획출판
관행보다 인세 4.5배 높게 책정
책 판매량 투명하게 공개하고 영상 판권도 오롯이 작가 소유
인세누락 논란 대응위한 방안
“이 책은 한국추리작가협회가 기획출판했습니다. 작가는 책 정가의 45%를 인세로 받고, 영상화 판권 등 2차 저작권 수익을 100% 가져갑니다.”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인 김재희 작가(48)는 27일 출간한 장편소설 ‘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책과나무)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출간할 만한 수준의 원고를 고른 뒤 책을 내고 홍보하는 기획출판의 주체를 전문출판사가 아닌 한국추리작가협회로 옮겼다는 것. 협회 소속 작가는 책을 출간할 때 300여만 원을 내지만 관행보다 높은 인세를 받고 2차 저작권을 모두 가질 수 있다. 김 작가는 “작가들이 전문출판사와 계약할 때보다 투명하게 인세를 정산받기 위해 협회가 기획출판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협회 소속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모은 ‘한국추리문학선 시리즈’를 직접 기획출판하고 있다. 장강명 임홍택 작가가 출판사에서 일부 인세를 받지 못한 사건과 비슷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다. 아직 출판사 법인을 세우지 못해 책을 편집·디자인하고 서점에 유통하는 일은 전문출판사를 통해 하고 있다. 1983년 설립된 협회는 회원이 80여 명이며 현재 7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보통 작가는 책 정가의 10%를 인세로 받는다. 하지만 일부 출판사는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알리지 않아 작가가 정확한 인세를 요구하기 어렵다. 김 작가가 ‘러브 앤 크라프트…’를 내며 출판사와 맺은 계약서엔 “도서 정가의 45%를 작가에게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원하면 매일 책 판매량을 확인하고 매월 말 인세를 받도록 했다.
작가와 출판사가 2차 저작권 수익을 5 대 5로 나눠 갖는 관행과 달리 영상화 판권 등 2차 저작권 수익은 모두 작가가 가진다. 협회 소속 장우석 작가는 지난해 8월 출간한 단편소설집 ‘주관식문제’(책과나무)의 드라마 판권을 올 4월 영상 제작사에 팔고 수익을 모두 가져갔다.
작가들은 책을 편집하고 홍보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책 표지에 들어갈 그림을 그릴 작가도 직접 선정하고 제목도 스스로 정한다. 서점에 소개되는 책 안내 문구와 언론사 보도 자료도 작가가 작성한다. 과거엔 전문출판사를 통하지 않으면 서점과 미디어에 책을 소개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작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책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아져 작가의 기획출판 참여는 가속화되고 있다.
김 작가는 “글만 쓰는 것보다 품이 많이 들지만 자신의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책 디자인을 정하고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다”며 “아직 책을 내지 않았지만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협회에 책 출간을 문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들이 모여 기획하고 출판을 주도하는 방식은 SNS 사용에 익숙한 MZ세대 작가들에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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